10년 만에 마무리되는 것 같았던 현대자동차의 비정규직 문제가 다시 안갯속으로 빠졌다. 현대차 울산 비정규직 노조가 투표에서 노사 잠정합의안을 거부함에 따라 이번 사안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정규직 노조와의 매년 반복되는 충돌과 파업, 비정규직 노조와 논의한 합의안도 반대의 벽에 부딪히며 갈 길 바쁜 현대차는 노사 충돌이라는 암초를 다시 만났다.
지난 21일
현대차(005380) 울산 비정규직(사내하청) 노조는 울산공장에서 조합원 745명을 대상으로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한 결과 부결됐다고 밝혔다.
당초 이번 잠정합의안은 현대차가 비정규직 노조, 정규직 노조, 금속노조 대표와 함께 만든 것이어서 투표에서 가결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합의안은 올해 말까지 4000명을 고용하기로 한 기존 합의에서 2000명을 늘려 2017년까지 총 6000명을 정규직으로 특별 고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기능인력 우대 차원에서 사내하도급 경력 인정 범위를 지난해 합의안보다 확대하기로 했다. 노사 양측이 제기한 모든 민형사상 소송을 취하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하지만 잠정합의안 발표 후 비정규직 노조 내부에서 “특별채용은 결국 회사 측에 불법파견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는 반발이 제기됐고, 결국 투표 부결로 이어졌다.
노동계 관계자는 “사내하청 노동자의 경력을 최대 8년까지만 인정하고, 전 직원이 정직원이 되는데 오랜 기간이 걸린다는 점이 조합원들의 반발을 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노조가 당장의 어려움만을 해결하기 위해 정규직 채용 보장 기회를 거절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있다.
현대차는 22일 대책 마련에 들어갔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대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전날 밤 갑작스럽게 나온 사안이어서 아직 대응 방향을 설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특히 현 비정규직 노조 집행부 임기가 이달 말로 끝나 이른 시일 내에 노사간 접촉이 불투명한 상황이고, 노사 접촉이 재개되더라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기에 합의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비정규직 문제 외에도 현대차는 올해도 정규직 노조와의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마찰을 보였다. 매년 반복되는 ‘협상 결렬-파업’ 수순은 국내 소비자들에게 피로감을 주고 있다. 이는 최근 소비자들과의 소통을 늘리고, 이전과 다른 젊은 감각의 광고를 내보내며 이미지 변화를 노리고 있는 현대차에게 악재가 되고 있다. 또 신형 아반떼를 출시하며 세운 하반기 내수시장 반등 목표에도 찬물을 끼얹고 있다.
업계에서는 노사가 서로 불신에 사로잡힌 것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오랫동안 노사가 충돌을 거듭하면서 쌓인 불신이 합의안마저 못 믿게 만들고 있다”며 “현대차가 수년째 갈등 일변도로 가고 있는 노사 관계를 말끔히 해결하지 못한다면 이미지 개선과 판매 증대를 위한 어떤 사업을 벌이더라도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2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아반떼룸에서 노사 교섭대표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 상견례'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강진웅 기자 multimovie7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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