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의 저가차 시장 규모가 매년 확대되면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대응이 빨라지고 있다. 올해 중국시장의 승용차 판매 증가율이 다소 둔화된 모습이지만 오는 2020년까지 신흥시장의 약 4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저가차는 국내 업체를 포함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전쟁터가 될 전망이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원의 ‘글로벌업체의 신흥시장 저가차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신흥국 저가차 시장 규모는 올해 1591만대로 지난해보다 7.2%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는 인도와 브라질, 러시아 등 주요 신흥시장이 전체적으로 부진하며 저가차 판매도 감소했지만, 인도시장의 회복과 중국 저가차 수요 확대로 올해부터 판매가 다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에는 저가차가 신흥시장의 37.4%를 차지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중국 산둥성 제너럴 모터스 합작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미니밴을 조립하고 있는 모습. 사진/ AP 뉴시스
글로벌 업체들은 지난 2010년부터 중국과 인도, 브라질, 아세안 지역에 현지 전략차를 투입하며 신흥국 저가차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중국 합작업체의 자주브랜드를 제외한다면 토요타와 혼다, GM 등은 기존 브랜드를 활용해 저가차를 출시했다. 르노-닛산과 폭스바겐은 저가차 전용브랜드를 도입하거나 할 예정이어서 업체별로 전략이 차별화되고 있다.
가격 경쟁력은 저가차의 핵심이다. 선진시장의 품질 기준으로 개발된 모델은 생산 원가가 높아 업체들은 저가차용 품질 기준을 별도로 마련해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저비용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르노-닛산은 설계 단계부터 신흥시장을 기준으로 품질 표준을 수립한다. 또 국가별로 다른 환경 및 안전 기준은 이후에 추가하는 방식으로 품질 기준을 이원화했다. 폭스바겐은 일반 소형차용 PQ24 플랫폼을 개량해 신흥시장용 저가 세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해치백에 적용할 공용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해당 플랫폼에 적용할 저원가 부품 모듈도 별도로 개발 중이다.
업체들은 개발 단계뿐 아니라 생산 단계에서의 비용을 낮추기 위해 부품 생산 및 조달을 최대한 현지화하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생산비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엔진과 변속기 등 핵심부품을 현지에서 생산하고, 현지 업체로부터 조달하는 부품의 적용을 확대하는 것이다.
라인업 확대를 통한 규모의 경제 달성도 주요 전략 중 하나가 되고 있다. 토요타, 폭스바겐, GM은 각각 신흥국 저가차 판매 비중의 약 70%를 차지하는 인도와 중국에 선제적으로 제품을 출시한 이후 동일 모델을 아세안 지역과 브라질 등 다른 신흥국으로 판매 지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외에도 동일 플랫폼 기반의 파생 모델을 개발하고, 플랫폼 공용화에 기반한 제품 라인업 확대로 개발비 절감도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신흥국의 경제 성장이 지속되면서 현지 소비자들의 눈높이도 높아지고 있다. 단순히 차량 가격이 저렴하다고 해서 선택하는 것이 아닌 상품성도 중시하는 것이다. 이에 업체들은 저가차의 가격 경쟁력 제고뿐 아니라 상품성 강화도 동시에 추구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인도의 타타와 닛산의 저가차 브랜드 닷선은 모두 초저가차 모델을 출시했지만 편의장비 부족과 안전성 문제가 겹치며 상품 경쟁력에서 열세를 보였다. 2013년 10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타타 '나노'의 실패에 대해 보도하면서 "인도의 신흥 중산층 소비자는 싼 차를 원하지만 싸 보이는 차를 원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업체들은 일부 가격 상승을 감수하며 상품성 강화를 추진 중이다. 폭스바겐은 브라질에서 모델 노후화로 판매가 부진한 4세대 골(Gol)을 단종하고 상품성이 우수한 업(Up)을 대체 투입했다. 토요타는 인도에서 경쟁모델 대비 열세인 에티오스의 연비를 향상시키려 내년 이후 투입 예정인 신형 에티오스에 연비를 개선한 1.5L 이하의 신형 디젤엔진을 탑재할 계획이다.
토요타는 "저가차 가격을 무조건 낮추기보다는 우리의 브랜드 이미지와 강점을 충분히 살릴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가격을 설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준호 한국자동차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신흥국 저가차 시장 성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브랜드, 상품, 원가 등 종합적인 중장기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며 "기존 브랜드를 활용해 현지 저가차 업체보다 상위에 위치하면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투자비용과 위험 측면에서 바람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품질 기준을 포함해 차량 개발에서 부품 조달까지 철저히 현지화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현지 부품업체 발굴 및 활용 방안 모색, 품질 관리 시스템을 통한 품질과 원가 경쟁력 동시 제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료/ 한국자동차산업연구원, IHS
강진웅 기자 multimovie7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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