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내년 2월26일 열릴 예정인 차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선거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주요 후보들이 다수 징계를 받고 이의를 표한 상태이며 일부 외신들은 회장 선거가 연기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FIFA는 8일 밤 인터넷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정몽준 FIFA 명예부회장 겸 대한축구연맹 명예회장,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 제프 블라터 FIFA 회장, 제롬 발케 FIFA 사무총장 등에게 각각 징계를 부과했다.
지난 2010년 한국의 2022 월드컵 유치를 위해 동료 집행위원에게 국제 축구발전기금 설명 서한을 보낸 행위를 조사받는 과정에 조사 태도가 문제된 정 명예회장은 6년 징계를 받았다. 뇌물·배임·횡령 등 부패 혐의를 받는 세 명은 90일 징계를 받았다.
징계는 발표와 동시에 유효하며, 징계를 받은 인물은 해당기간 자국은 물론 국제적으로도 축구 관련 행위가 일체 금지된다. 만약 징계에 대해서 불복할 경우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이의를 제기하는 식의 대응에 나설 수 있다.
정몽준 국제축구연맹(FIFA) 명예부회장 겸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6일 오전 축구회관 2층 다목적회의실에서 열린 긴급기자회견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징계 받은 4명 중 3명 적극 대응 의사 밝혀
네 명중 세 명은 이미 공개적으로 적극 대응 의사를 밝히고 있다.
정 명예회장은 즉각 보도자료를 내 "블라터 회장, 플라티니 회장, 발케 전 사무총장은 뇌물, 배임, 횡령 등 범죄 관련 혐의를 받고 있지만 90일 제재를 가한데 반해, 내게는 조사 비협조·윤리적 태도 등 애매한 조항을 적용해 6년 제재를 가한 것은 현저히 형평성을 잃은 것"이라면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특히 윤리위는 조사 당시 문제삼던 한국의 2022년 월드컵 유치위원회가 국제축구기금 계획을 설명하는 편지를 동료 집행위원들에게 보낸 것을 제재 이유에서 제외하고, 단지 조사 과정 태도를 근거로 삼았다."면서 "이는 이번 제재가 정치적인 동기에서 나온 것임을 입증한다."고 덧붙였다.
플라티니 회장은 9일 UEFA 홈페이지에 올린 설명서를 통해 "혐의라는 것들이 (구체적 증거 없이) 겉보기에 그렇다는 것이고 놀라울 정도로 어렴풋하다"며 징계 문제점을 밝힌 후 "당일 이른 오후에 FIFA 윤리위 제재 소식을 들었는데 (공식 발표 전부터) 벌써 의도적으로 흘려지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블라터 회장은 한스 요하힘 에케르트 윤리위원장에게 항소장을 제출했다. 브라터 회장의 측근 말을 인용한 미국 주요 일간지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블라터 회장은 항소장에서 자신의 징계 사유들에 대해 완벽하게 소명할 수 있는 청문회를 개최할 것을 요구했다. 세 거물이 징계를 받은 이유는 다르나 불복 사실은 같다.
◇국제축구연맹(FIFA) 건물. (사진=로이터통신)
◇FIFA, 내년 2월 차기 회장 선거 연기 검토
이번 징계로 차기 FIFA 회장 선거의 양대 후보던 플라티니 회장과 정 명예회장은 출마가 불가능하게 됐다. 징계로 인해 오는 26일 마감될 차기 회장 선거 후보등록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후보등록 규정상 입후보는 선거 90일 전 해야 한다.
이같은 상황에서 FIFA가 차기 회장 선거를 연기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슬슬 시작되는 모습이다. FIFA가 징계를 급히 철회하지 않는 한 이번 회장선거 유력 후보는 요르단 왕자인 알리 빈 알 후세인 FIFA 부회장 겸 서아시아축구연맹 회장 뿐이란 점이 작용했다는 관측이 많다.
로이터통신과 스카이스포츠 등 해외 주요외신은 FIFA 소식통 말을 인용해 "FIFA는 제프 블라터 회장과 미셸 플라티니 UEFA 회장에게 각각 90일 자격정지 처분을 내리고 난 뒤 (회장 선거) 연기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고 10일 새벽(한국시간) 보도했다.
이어 "내년 2월26일로 예정된 새 회장 선출 총회 연기 방안을 긴급 집행위원회 회의에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오는 12월말로 예정된 FIFA 집행위원회를 20일 스위스 취리히서 임시 긴급회의 형태로 개최하고, 해당 집행위에서 관련 사항을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FIFA 차기 회장선거 정상화를 위한 해결책은 다양하다. 다만 오랜 규정을 바꾸지 않는한 후보 등록 시점까지의 남은 시간은 이제 많지 않다. 축구계와 FIFA가 국제 축구계의 수장을 뽑는 중요한 일에 원만한 해결책을 만들 것인지 주목된다.
이준혁 기자 lee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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