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으로 기소돼 법정구속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출석한 파기환송심 3번째 공판에서 검찰이 재판부의 재판진행방식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재판장 김시철) 심리로 열린 16일 원세훈 전 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파기환송심 제3차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은 재판부에 "좀 너무하신 것 같다"며 "부당하다. 강력히 항의한다"고 밝혔다.
이날 심리를 주도한 김시철 부장판사는 대검찰청의 '공직선거법 위반 벌칙 해설'을 법정 스크린에 띄우고 검찰과 피고인 변호인측에 일문일답하는 방식으로 공판을 진행했다.
이에 검찰은 "공소사실과 (해당 해설서가) 어떤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재판부가 그러한 질문을 하는 것에 대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재판부는 "검찰의 실무관행에 대해 묻는 것"이라고 말했고, 검찰은 이후 4차례 연속된 재판부의 질문에 "사건과 무관한 질문"이라며 답변을 유보했다.
피고인 변호인측은 "원칙적으로 (관행이) 그렇다고 생각한다"거나 대부분의 질문에 대해 "네"라고 짧게 답했다.
재판부는 또 지난 공판준비기일에서 대검 벌칙 해설을 토대로 한 검찰의 '광의설 적용' 주장 발언에 대해 "검찰은 이 사건 기소와 공소유지를 위해 편익에 방점을 둬 광의설을 토대로 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 이유가 영향력에 방점을 둬 협의설을 취할 경우 처벌대상의 범위를 한정해 '당연히 처벌해야 하는 사람을 처벌할 수 없게 되는 부당함을 유발한다'고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검찰은 "지난번 일문일답 때 그렇게 얘기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면서도 "영향력과 편익 둘 중 하나에 방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영향력 또는 편의를 종합적으로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얘기하면서도 조심스러운 것이, 방점이라는 단어를 선택한 제가 너무 후회스럽다"며 "일문일답이 계속 이런식으로 진행되면 결국 검사가 한말이 다음기일에 또 반복된 질문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진행방식 수정을 요구했다.
검찰은 또 "대검의 공직선거법 벌칙 해설서 한 문구가 (검찰이) 실무를 하는데 아무런 어려움이 되지 않는다"며 "일선에서 협의설과 광의설을 두고 다툼이 있던 적도 없고, (실무에서는) 저 문구와 함께 판례와 구체적 사실관계, 죄질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기소여부를 결정한다"고 답했다.
재판부가 한 문구를 특정지어 문제 삼은 데 대해서는 "내부지침 해설서의 어떤 부분이 아직 개정되지 않은 상태로 남은 것이 여기서 문제 삼을 일은 아니다"면서 "내부 해설서를 가지고 이렇게 여러 질문을 던지고 심리하는 건 저희로선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반발했다.
변호인측은 "검사님들이 이의 제기를 하고 있는데, 이는 (그간) 심문에서 이렇게 (내부 해설서를) 감추는 것이 문제가 안 됐기 때문에 협의설과 광의설도 문제가 안 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잇따라 나온 재판부의 3개 질문에 대해서도 검찰은 "사건과 무관하다"며 거듭 답변을 거부했다.
이에 재판부는 질문을 바꿔 "광의설이 국정원이 아닌 일반공무원들에게도 적용이 되느냐"고 물었다.
검찰은 "또 어떤 질문을 하시려는건지 무척 궁금하다"고 반발했고, 변호인측은 "광의설과 협의설을 분리하면 협의설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국정원의 적용 사실을 일반공무원들에게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 광의설이 적용될 수 없는 유력한 근거"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이 실제 업무지시인지를 따지기 위한 것이라며 '구체적 업무지시'와 '업무참고사항'을 구분해 정의내렸다.
이에 검찰은 "'원장님 지시강조사항'이 업무지시에 해당한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판례 2건을 이미 제출했다"며 "재판장님이 '구체적'이라는 단어를 반복해 사용하고 있는데, 실무적으로는 피고인이 개별 직원들에게 '구체적인' 업무지시를 하도록 돼 있는 구조가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원장인 피고인 업무지시가 있으면, 그 지시가 밑으로 내려가면서 구체화되는 그런 조직적 구조 하에서 이뤄진 포괄일죄 중 직업범에 해당하는 범죄"라고 강조했다.
이에 재판부는 "'구체적'이라는 용어를 쓰는 건 (검찰이 낸) 공소장에 '구체적 범행지시 내용'이라는 항목 때문이지 내가 임의로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변호인측은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이) 구체적 지시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가정한다면 재판장님 말씀이 맞다"며 동의했다.
이어 재판부는 대검 해설서가 배포됐을 뿐 검찰 직원에게 일일이 전달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토대로 "배포를 '구체적인 지시'로 볼 수 있느냐"며 양측에 물었다.
검찰은 "공소사실과 전혀 무관한 질문을 하고 있다"며 "항의한다"고 밝혔고, 변호인측도 처음으로 답변을 유보했다.
이에 검찰은 "그간 재판장님 질문에 성실하게 답변하던 변호인들마저 답변을 유보할 정도의 질문"이라며 "강력히 이의를 제기한다. 좀 너무하신 것 같다"면서 "재판은 재판장님이 진행하는 것이지만, 부당한 것 같다"고 강력 항의했다.
지난 6일 서울고법 형사7부는 "피고인과 검찰 모두 주장을 정리하고 입증해야 할 사항이 많다"며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보석 신청을 받아들였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으로 법정 구속 되었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보석으로 석방돼 10월6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떠나고 있다.사진/뉴시스
방글아 기자 geulah.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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