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P2P 대출, 금융 혁신의 기폭제가 될 것인가
2015-10-22 06:00:00 2015-10-22 06:00:00
1999년 ‘냅스터’라는 음악파일 P2P(Peer-to-Peer) 공유 서비스가 나타났다. 기존에는 서버 컴퓨터로부터 MP3 파일을 다운로드 받았는데 냅스터는 P2P(Peer-to-Peer) 방식으로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끼리 음악을 공유할 수 있게 됐다. 음악파일을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사용 엄청난 인기를 얻었으나, 미국의 주요 음반사들은 저작권을 침해받았다며 냅스터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결국 2001년 서비스가 중지됐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소리바다’가 큰 인기를 끌었으나 송사 끝에 2002년에 막을 내렸다. 하지만 음악은 더 이상 CD와 같은 음반 형태 보다는 온라인이나 휴대폰으로 대부분 유통되며 P2P 서비스는 음악산업을 송두리째 변화시켰다.
 
최근 P2P 대출이 재테크 틈새시장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P2P 대출 플랫폼을 통해 투자를 하고 싶은 다수의 개인들은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돈을 빌리려는 개인의 정보를 보고 대출을 결정한다. 기존 금융기관과는 달리 물리적인 지점이 없이 온라인 직거래 형태로 운영된다.
 
최근 1년 간 P2P 대출업체가 50 곳 이상 생기고 대출 실적도 100억 원을 넘어서고 있다. 대출의 내용도 창업 자금부터 부동산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과연 P2P 대출은 전통적인 여신, 수신업무를 수행하는 금융업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대출에서 가장 중요한 절차는 대출심사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돈을 빌리러 온 사람이 제 때 돈을 잘 갚을 지를 심사해야 하는데, 현재 금융기관에서는 신용도를 기준으로 대출 여부와 금리를 결정한다. 반면, P2P 대출은 이 대출심사 과정을 인터넷 상의 여러 투자자들의 판단의 결과로 대출을 결정하게 된다. P2P 대출의 성장 가능성은 바로 이런 독특한 대출심사 과정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인터넷상의 사용자들이 이른바 ‘집단지성(Collective Intelligence)’을 발휘해 금융기관의 심사 기준보다 훌륭하게 심사할 수 있을까? 아니면 투자자들이 인기 중심으로 쏠려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해 손실이 발생할 것인가? 지난 몇 년 동안 경영정보 분야에서는 이 문제와 관련하여 다양한 연구가 이뤄졌다. 투자자, 대출자, 플랫폼 및 금융당국 측면으로 나누어 연구결과를 요약하면 이렇다.
 
첫째, P2P 대출 투자자들은 정보를 활용해 전략적인 행동을 한다. P2P 대출에서 투자자들은 대출자의 소셜 네트워크, 오프라인 친구들의 정보를 보고 투자참여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한다. 기존 금융기관 대출신청 서류에서는 볼 수 없던 여러 정보(예를 들어 맞춤법, 댓글 등)를 투자 참여에 고려한다. 또 P2P 대출에서는 모금액이 모여야 대출이 이뤄지기에 투자자들은 다른 투자자들을 따라서 투자달성 수준이 높은 대출에 참여한다. 하지만, 너무 높은 참여율은 이자율을 낮추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일단 모금액이 달성되고 나면 참여속도가 떨어지는 전략적 의사결정 성향을 보인다.
 
둘째, 대출자는 공식적, 비공식적 정보를 많이 제공해야 대출 가능성을 높인다. 또한 첫 페이지에 노출되어 관심을 끄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순위 차트에 진입하거나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알리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소셜 네트워크의 투자 유치 활동은 온라인 상의 친구들에게 효과적이다.
 
셋째, 플랫폼 및 금융당국 측면에서는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과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기존 금융기관과 비교해 본다면, P2P 대출은 훨씬 더 민주적이며 참여를 기반으로 하는 자율적인 플랫폼임에 틀림없으나 그에 따른 책임도 크다. 플랫폼과 금융당국은 P2P 대출 투자자들에게 분산투자를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도 제공하고 P2P 대출을 위한 신용평가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최근에는 P2P 대출 플랫폼에서 자체적으로 신용평가 전문가와 평가기술을 통해 리스크 평가를 하는 곳도 나타나고 있다.
 
현재 국내의 P2P 대출은 투자자들에게 은행 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주고 있다.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없는 5 ~ 6등급 대출자들이 연 7 ~ 16%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다. 국내 은행과 제2금융권 간에 금리 차이가 큰 상황을 이용해 P2P 대출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진입하고 있는 양상이다. 하지만 P2P 대출이 금융산업을 혁신할 핀테크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정보 분석 역량을 강화해 심사 능력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다. 투자자들은 당장의 수익보다도 P2P 플랫폼의 정보 제공 능력과 안정성, 그에 따른 성장성을 고려해야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대학 교수 smjeon@gach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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