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씨(36)는 갑작스레 아버지가 돌아가시며 건물을 상속받게 됐다. 서울의 이 건물은 시가가 30억원(기준시가 18억원)이다. 건물을 상속받은 것은 다행한 일이지만, 당장 내야 할 상속세가 충분치 않아 걱정에 빠졌다. 현금 말고 다른 방식으로 상속세를 낼 수는 없을까?
상속세는 사망일 6개월 내에 고인의 주소지 관할 세무서에 신고 납부해야 한다. 신고는 했지만 사정상 세금을 내지 못한 경우 1일 기준 연 10.95% 이자가 납부불성실 가산세로 붙는다.
2009~2013년 전체 사망자 수 중에서 상속세 신고대상은 1.5~1.7% 수준으로, 상속세를 내야 할 정도의 재산은 그만큼 큰돈으로 여겨진다.
국내 상속세율은 최저 10%~최고 50%로 최고 상속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25.2%)보다 월등히 높다. 하지만, 사망자의 배우자가 살아있다면 10억원까지, 배우자도 사망했다면 5억원을 공제해주기 대문에 상속세는 부자들이 사전에 미리 준비해야 하는 일로 인식되는 것이다.
현금재산을 많이 상속받았다면 그 돈으로 상속세를 내면 그만이다. 하지만 H씨처럼 부동산이나 주식을 상속받았다면 당장 많은 돈을 마련하기란 쉽지 않다. 김기욱 하나상속증여센터 전문위원은 상속제 재원을 마련하는 방법으로 ▲건물매도 ▲연부연납제도 ▲물납 ▲대출 등을 활용할 수 있다며 어떻게 상속세를 납부할 것인지도 미리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상속건물매매·담보대출, 신중해야
부동산을 상속 받았는데, 당장 내야 할 현금이 없다면 해당 건물을 팔아서 상속세를 마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상속개시일 전후 6개월 사이에 매매하면 이 때의 가격을 기준으로 상속재산을 평가받는다.
상속재산은 일반적으로 국세청 기준시가 또는 개별 공시지가를 적용하는데 이것이 시가보다 낮다. 상속받은 재산을 6개월 안에 매도하면 재산이 시가로 평가돼 상속세가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급매로 판다면 그나마 시가만큼 받기도 어려워진다.
대출 활용은 상속받은 재산을 담보로 대출금을 받아 세금을 납부하는 것을 말한다. 상속재산의 신고가액을 기준시가로 하는 경우 기준시가 이상 대출을 받는 것은 위험하다. 이 경우 그만큼 상속재산 신고가액을 높여 세금이 늘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연 2.5% 이자 내고 분할납부…물납도 가능
상속세를 내는 방법 중에 연부연납제도라는 게 있다. 상속세로 내야할 금액이 2000만원을 초과하면 6개월 내에 일부를 납부하고 나머지는 납세담보를 바탕으로 나누어 내는 제도다. 연부연납기간은 허가일로부터 5년 내인데, 6개월 내에 6분의1를 먼저 내고 나머지 6분의5를 매년 6분의1씩 나누어 내면 된다. 다만, 납부하지 않은 금액에 대해서는 연 2.5%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상속세는 현금 납부가 원칙이지만, 부동산과 주식(비상장주식은 제외하나 다른 상속재산이 없을 경우 포함)으로 물납할 수도 있다. 물납하려면 상속재산 중 부동산과 유가증권의 가액이 50%를 초과하거나 납부세액이 2000만원을 넘어야 하며, 상속세를 신고할 때 관할 세무서장에게 물납 승인도 받아야 한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물납 건수와 금액은 전년보다 줄었지만, 상속세 물납 금액은 늘었고, 최근 몇년간 증가세가 이어졌다. 지난해 상속세 물납건수는 129건 총 1718억원이었다. 지난 2010년 89건(705억원)에 비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연부연납이나 물납은 납세자에게 늘 유리하지는 않다. 국세청 관계자는 "연부연납은 은행예금 이자율과 연부연납가산금 이자율, 일시납부했을 때의 기회기용을 고려해 결정하고, 물납도 부동산이나 유가증권의 시가와 상속세 결정 때의 평가액을 비교해 무엇이 유리한지를 따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종신보험·사전증여로 절세 계획
종신보험은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는 좋은 방안이다. 섣불리 실물자산을 팔아 현금납부를 했다가 낭패를 보는 일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사망보험금도 상속 재산으로 간주돼 상속세가 부과될 수 있기 때문에 본인을 피보험자로 하되, 보험료 납입 능력이 있는 배우자나 자녀를 계약자와 수익자로 하는 종신보험에 가입하면 피보험자가 사망해도 사망보험금이 상속재산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밖에도 사전증여를 적극 활용해볼 수 있다. 사전증여를 했다면 10년이 경과한 경우 상속세를 추가로 내지 않아도 된다. 또 배우자에게는 6억원, 자녀에게는 5000만원(미성년자 2000만원)까지 증여재산이 공제돼 이를 사전에 증여해두면 증여세를 내지 않고도 상속세를 줄일 수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상속세 세금 계획은 자녀들이 세우기가 매우 곤란하다"며 "피상속인은 사전에 상속대상 재산, 자신의 연령, 절세방법 등을 고려해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보선 기자 kbs726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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