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의 극명하게 다른 정책 스탠스로 유로·달러 환율이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다. 유로화 가치 하락세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일각에서는 유로·달러 환율이 연내 패리티(1유로당 1달러)에 도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에 따르면 뉴욕외환시장에서 유로·달러 환율은 1.09달러까지 하락했다. 지난 14일 유로·달러 환율이 1.14달러까지 올랐던 것을 감안할 때 2주 만에 유로화 가치는 약 5.5% 떨어진 것이다.
비단 이날 뿐만 아니라 최근 일주일 새 유로·달러 환율의 하락 속도는 가팔라지고 있다. 지난 22일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에서 12월 회의에서의 추가 양적완화 정책에 대한 가능성이 시사되자 유로화는 급격히 하락하기 시작했다.
아울러 이날도 연준의 FOMC 회의 성명서가 발표되면서 추가 하락을 이어간 것이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차기 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밝히자 달러에 대한 매수세가 유입되기 시작했다.
이처럼 유럽과 미국의 엇갈린 통화정책 방향 탓에 유로·달러 환율이 추가적으로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1유로와 1달러의 가치가 같아지는 패리티 시대가 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 시기가 빠르면 연내 충분히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CB가 12월 회의에서 추가 완화책을 시행하고 연준이 12월 회의에서 금리를 올리거나 더욱 매파적인 스탠스를 취할 경우 추가적으로 유로 약세와 달러 강세는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리차드 옛센다 ANZ(호주뉴질랜드은행) 글로벌 마켓 리서치 대표는 "패리티는 확실히 일어날 것"이라며 "ECB가 부양책을 단행하는 동시에 연준이 금리를 올리면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심리로 인해 달러에 대한 매수세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골드만삭스그룹은 연말까지 유로·달러 환율이 1.05~1.10달러 수준에서 등락할 것으로 봤다. 리차드 대표는 환율 예상 범위로 1.05~1.15달러를 제시했다.
리 하드만 도쿄미쓰비시UFJ은행 분석가는 "ECB의 양적완화 프로그램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시장에 증명할 필요가 있다"면서 "유로존의 지표 개선을 제외하고는 현재 유로화는 추가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면 유로·달러 환율이 바닥을 찍고 연말에는 상승할 것이란 의견도 제기된다.
데이비드 블룸 HSBC 외환시장 대표는 "올해 금리인상과 유럽의 부양 이슈는 이미 시장에 반영됐다"며 "유로·달러 환율은 연말께 오히려 반등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연말까지 두 중앙은행의 스탠스 변화를 보기 위해서는 미국과 유로존의 경제지표 추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유로존 지폐와 동전들이 흩어져 있다. 사진/위키피디아
어희재 기자 eyes4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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