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 붙은 수원월드컵경기장 광고권
'장기임대'와 '구단운영권' 논의 수면 위로
2015-11-04 15:00:45 2015-11-04 15:00:45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수원월드컵경기장의 상업 권리를 놓고 수원삼성과 경기도수원월드컵경기장관리재단(이하 관리재단)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수원은 수원월드컵경기장이 구단의 K리그 클래식 홈경기장인 만큼 최소한의 수익과 상식적인 계약사항을 지켜달라는 입장이다. 반면 관리재단은 경기장 내 광고와 마케팅 권한은 관리재단에 있다는 기본 원칙을 고수하며 대립하고 있다.
 
지난 3일 수원은 홈페이지에 "내년도 경기장 사용에 따른 문제로 빅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 애칭) 사용이 불투명해졌다"며 "현재 2016시즌 연간회원권 판매가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연간회원권 판매를 일시 중지하는 강수를 두며 내년 시즌 홈구장 이전이 있을 수도 있음을 암시한 것이다.
 
최근 수원은 관리재단이 경기장 전광판 하단에 LED 광고판을 설치하면서 불만을 드러냈다. 관리재단이 유치한 광고가 수원 후원사의 스폰서십 권리 조항과 상충하고 있어서다. 이에 수원은 관리재단에 공사 중지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며 적극적인 대처에 나섰다.
 
특히 수원은 관리재단이 대한축구협회가 주관하는 축구대표팀 A매치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주관 경기에서는 자신들의 광고를 가려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오는 1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 미얀마전에서도 AFC 공식 후원 업체 광고만 노출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관리재단이 대한축구협회나 AFC 권리만 인정해주고 K리그를 주관하는 프로축구연맹이나 지역 구단인 수원에 대해선 무신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축구 관계자는 "수원의 기본 처지를 떼어 놓고 생각해봐도 경기 준비부터 실제 운영까지 모든 건 구단이 하고 관리재단은 이익만 챙기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관리재단은 이러한 지적에 대해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관리재단은 "경기장 광고 등의 권리는 관리재단 소유다. 계약서에도 광고는 관리재단과 구단이 판매 가능하다고 돼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장 소유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을 들며 반박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축구뿐만 아니라 여러 스포츠에서 종종 불거진 문제다. 구단과 경기장 관리 주체의 대립은 프로 구단이 경기장을 소유할 수 없는 현행법에서 출발한다. 국내 모든 스포츠에서 프로 구단은 경기장을 위탁 운영만 할 수 있다. 기간과 권한을 조율해 최대한 '장기 임대' 모양을 갖는 것이 구단 입장에서는 최상의 그림이다. 최근 프로야구의 삼성라이온즈나 기아타이거즈가 지자체와 이런 형식의 합의를 한 상태다.
 
스포츠계의 여론 또한 프로 스포츠의 자생력 강화를 위해 구단의 운영권을 최대한 보장해줘야 한다는 쪽으로 향하고 있다. 대부분 프로 스포츠 선진국에서도 구단이 경기장 운영권을 독자적으로 갖고 수익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구단이 경기장 운영권을 가질 경우 다양한 마케팅 활동이나 상업 광고를 유치해 수익을 내는 선순환 구조를 이룰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월 세부 업무계획 발표에서 "프로 스포츠 활성화를 위해 경기장 장기 임대(25년) 제도를 마련할 것"이라며 이러한 문제를 풀어나갈 것을 시사한 바 있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법 개정을 놓고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이 경우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국내 프로스포츠 환경을 타개하기 위한 초석이 마련될 전망이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사진/수원삼성 홈페이지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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