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부친상에 여야 정치권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최근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의 ‘총선용 사퇴’로 청와대발 ‘TK(대구·경북)물갈이론’이 재차 수면위로 부상하면서 그 관심의 정도가 커진 분위기다.
유 전 원내대표의 부친 유수호 전 국회의원이 지난 7일 밤 향년 84세로 별세한 가운데, 8일부터 빈소가 마련된 대구 경북대병원 장례식장에는 문상객의 방문이 줄을 이었다.
정치권에서는 정의화 국회의장, 새누리당 친박(박근혜)계 서청원·이정현·윤상현·김재원 의원과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비박계에서도 이재오·김성태·김영우·안효대·조해진 의원 등이 모습을 보였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도 이종걸 원내대표, 신경민·홍의락·진성준·권은희 의원과 김부겸 전 의원 등이 조문에 나섰다.
막상 조문객들보다 화제가 된 것은 박근혜 대통령 명의의 조화가 오지 않은 부분이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9일 “상주 측에서 조화와 부의금은 고인의 유지에 따라서 정중히 사양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며 “고인의 유지와 유가족의 뜻을 존중한 것으로 이해해달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실상 장례식장에는 정재계 인사 100여명의 조화가 늘어서 있다.
이와 관련해 여의도 정가에서는 지난 6월 ‘국회법 파동’의 앙금이 남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유 전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의 한나라당 대표 시절 비서실장으로 발탁되면서 ‘원조친박’으로 분류됐지만 이후 직언을 아끼지 않아 관계가 소원해졌고, 결국 ‘국회법 파동’에서 나온 박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달라”는 발언에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2대에 걸친 슬픔을 보니 감회가 깊다. 2대에 걸친 고통에 대해 가해자는 말이 없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유 전 원내대표의 선친 유수호 전 의원과 박 대통령의 선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악연을 겨냥한 발언으로, 부장판사 출신인 유 전 의원은 70년대 박정희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판결을 하다가 판사 재임용에 탈락한 바 있다.
한편 유 전 원내대표는 최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나와 가깝다고 해서 물갈이한다면 가만있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친박핵심’으로 청와대 정무특보를 역임한 윤상현 의원은 빈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난번 총선 때도 TK에서 60% 이상 물갈이를 해 전체 의석이 과반을 넘을 수 있었다”며 ‘TK물갈이론’을 강조, 사실상 선전포고를 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부친인 유수호 전 국회의원의 빈소가 마련된 8일 오후 대구시 중구 경북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생각에 잠겨 있는 유 전 원내대표. 뒤로 정의화 국회의장, 황교안 총리,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보낸 조화가 세워져 있다. 사진/뉴시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