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전관예우라는 이름의 유령
2015-11-12 06:00:00 2015-11-12 06:00:00
변환봉 서울지방변호사회 사무총장
아주 오랫동안, 하나의 유령, ‘전관예우’라는 유령이 우리 법조계를 배회하고 있다. 모두들 우리 사회가 꾸준히 달라지고 있다 말하고, 법원과 검찰에서는 더 이상 전관예우라는 인습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공식적으로 확언하고 있다.
 
변호사들의 법관평가가 직접, 간접적으로 법관의 인사에 반영되고, 법원의 법정 언행 컨설팅 노력, 판사, 검사가 퇴임할 당시 소속되었던 법원이나 검찰청의 사건을 1년 동안 수임할 수 없도록 하는 전관예우 금지법이 시행되었으며, 국민들의 상시적인 사법 감시 및 사법 참여 등으로 확실히 우리 법조계는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를 포함한 상당수의 변호사들은 여전히 중요한 사건에서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결과를 받아들고 깊은 좌절감을 맛본 경험을 가슴 깊이 간직하고 있다. 물론 그 빈도가 매우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날이 선 비수처럼 등 뒤로 날아오는 그 서늘함은 자연스레 전관예우라는 유령의 잔인한 미소를 떠올리게 한다.
 
기존에 진행되던 재판에서 상대방 변호사가 새로 선임된 후 재판부가 갑자기 태도를 바꾸고 노골적으로 심증을 드러내며 조정을 강권하거나 시급한 형사사건에서 절차가 보류되고 경한 처분으로 마무리되는 과정이 극히 드물지만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인 분석은, 사법시험의 폐쇄적인 기수 문화에 학연, 지연이 더하여 전관예우라는 인습이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극소수의 인원을 뽑던 시절에 형성된 폐쇄적인 기수 문화는 지금처럼 대량으로 법조인을 배출하는 시대에 더 이상 설득력을 가질 수 없는 설명이다.
 
현재에도 일부 특목고, 자사고의 독주와 연대의식이 있기는 하지만 과거 고교 비평준화 시대에 형성된 학연에 대한 애착, 자부심과는 그 차원이 다르다. 국민 모두가 디지털 유목민이 되어 직장과 삶의 터전을 찾아 전국 각지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지연이라는 뿌리 역시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전관예우라는 유령은 여전히 우리 법조계를 배회하고 있다. 과거 횡행했던 전관예우의 마지막 잔상으로 치부하기에는 그 이미지가 너무도 선명하다. 결국 현재 남아있는 전관예우는 비록 일부이지만 퇴임한 판사와 검사출신 변호사들이 법정 외에서 전화변론과 같이 부당하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문제로 분석하는 것이 더 실효적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이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사법의 독립과 엄정함은 오로지 국민의 신뢰에 근거하기 때문에, 국민이 신뢰하지 못한다면 신뢰할 때까지 보완을 해야 한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변호사와 재판부의 친분관계가 확인되면 사건을 재배당하도록 내부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있고, 대법원 역시 변호인 선임서와 상고이유서가 제출된 후 주심 대법관을 정하도록 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전화변론을 하거나 비공식적인 접촉을 시도하는 변호사들에 대해 검사 등 공무담임자가 이를 신고하도록 하는 검찰청법 개정안과 대법관, 헌법재판관, 검찰총장 등이 고위직에서 퇴임한 경우 변호사 개업을 제한하는 변호사법 개정안을 제안하기도 하였다.
 
전관예우라는 유령을 내몰고 사법에 대한 신뢰가 더욱 공고해지도록 하기 위해 모든 법조계 종사자들이여, 단결하라!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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