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또 한 번 PC시장 종말론에 불을 붙였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데스크톱이나 노트북과 같은 생산성을 낼 수 없기 때문에 PC를 대체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팀 쿡은 최근 영국 애플스토어에서 열린 아이패드프로 출시행사에서 "PC를 보고 있으면 이걸 왜 사는지 모르겠다"며 "아이패드프로는 노트북이나 데스크톱의 대용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이패드프로를 쓰기 시작한 사람들은 스마트폰 외에는 더 이상 다른 게 필요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그의 자신감은 대화면과 입력도구의 개선에서 비롯된다. 아이패드프로는 12.9인치로, 전작인 아이패드에어(9.7인치)나 아이패드미니(7.9인치)보다 훨씬 크다.
아울러 애플은 태블릿에서 펜처럼 사용하는 애플펜슬과 스마트키보드를 함께 선보였다. 태블릿 사용의 한계를 극복하고 데스크톱 컴퓨터 사용자를 흡수하기 위한 전략이다.
팀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6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애플 세계개발자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이에 대해 PC 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시장 규모가 감소한 건 맞지만 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발언은 아이패드프로 제품에 대한 자신감을 강조하기 위해 과장된 표현을 쓴 것 같다"며 "애플이 맥북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 것만 봐도 PC시장의 위기론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김대환 한국HP 퍼스널시스템그룹 부사장은 지난 6월 신제품 간담회에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의 제품이 데스크톱이나 노트북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긴 하지만 아직 많은 사람들이 노트북을 사용하고 있다"며 "PC시장이 아직 건재하다고 본다"고 말한 바 있다.
PC는 문서나 그래픽 등을 생산할 수 있지만 태블릿은 작업 속도에 제한이 있어 주로 만들어진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으로 사용되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때문에 PC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은 PC에 대한 로열티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현재 데스크톱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의 2%만 태블릿으로 전환하겠다고 답했다. 반면 태블릿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의 21%는 데스크톱이나 노트북으로 바꿀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PC시장 위협론이 제기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됐을 때 당시 노트북 수요를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태블릿이 등장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폰보다 화면이 더 크면서도 휴대성이 좋고 PC와 비슷한 사용 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에 태블릿이 PC시장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실제로 최근 몇년간 PC시장 규모가 어느정도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가트너에 따르면 2012년 3억5600만대 규모였던 전세계 PC시장은 2013년 3억1600만대, 지난해 3억1400만대까지 감소했다. 올해도 전년 대비 7.3% 감소한 2억9100만대로 예측됐으며. 내년에도 이와 비슷한 규모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태블릿 시장도 함께 정체에 빠졌다. 올해 태블릿 총 출하대수는 전년보다 13% 감소한 1억9200만대로 예상된다. 아네트 짐머만 가트너 책임 연구원은 "태블릿 시장의 압박이 커지고 있다"며 "스크린 크기가 7형과 8형 사이의 태블릿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디바이스 교체가 늘어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에는 1kg이 안되는 가벼운 울트라북과 일체형PC가 태블릿을 위협하고 있다. 휴대성이 좋아지면서 굳이 작업 효율이 낮은 태블릿을 들고 다닐 이유가 줄어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울트라북이 태블릿 수준으로 간소화되고, 태블릿은 노트북 수준으로 고도화되면 두 시장이 접점을 찾게 되겠지만 당분간은 각자의 영역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임애신 기자 vamo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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