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대한체육회가 '박태환 룰'로 불리는 3년 추가 징계 규정을 손보기에 앞서 여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지약물 투약 징계를 받은 박태환(26·인천시청)을 위해 국가대표 선발 규정까지 뜯어고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일 대한체육회(체육회)가 관련 규정 손질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재차 찬반 여론에 불이 붙었다. '이중처벌 철폐'라는 찬성 의견부터 '박태환 구하기'라는 반대 의견까지 팽팽히 맞서고 있다.
박태환이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받은 징계는 내년 3월2일 끝난다. 문제는 체육회의 규정이다. 체육회의 국가대표 선발 규정에 따르면 금지약물 복용 행위로 징계를 받을 경우 징계 만료 날로부터 3년이 지나야 국가대표가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박태환은 규정에 따라 내년 8월 열리는 리우올림픽에 출전할 수 없다.
역으로 규정만 바뀐다면 박태환의 올림픽 진출이 가능해진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상황이 이러니 체육계 일부에서는 규정 개정을 지지한다.
한 체육계 인사는 "규정은 최상부를 따라야 하는데 체육회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소속이다. 자체 규정이 중복될 경우 상부 법을 따르는 게 맞다"며 찬성 견해를 내놨다. 실제 지난 2011년 스포츠중재재판소(CAS)가 이같은 사례에 '이중 처벌'이라고 판시한 것과 맞물리는 의견이다.
체육회 내부는 사안이 박태환과 얽히는 걸 경계하고 있다. 체육회의 관련 실무자는 "작년 7월에 관련법을 개정하면서 여러 안 맞는 규정들이 있었다. 법리 절차에 따라 그런 규정을 바꾸는 가운데 징계 규정도 바꾸는 것인데 박태환 때문에 바꾼다는 소리가 나올까 봐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현재 실무그룹인 소위원회 검토를 두 번 진행했다. 경기력향상위원회가 12월 중에 열릴 예정인데 법제상벌위원회와 이사회 승인까지 따져보면 올해 안에 개정은 힘들다"고 내다봤다.
법률전문가들은 이중처벌은 문제라는 데 공감하고 있다. 스포츠에이전트인 장달영 변호사는 "박태환 선수가 본질이 아니다. 잘못된 규정을 폐지하는 것"이라며 "외국 선수와도 형평성에서 어긋나는 우리나라만의 불리한 차별"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스포츠 정신에 어긋난다는 반대 의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체육계 관계자는 "박태환이 아닌 다른 선수였을 경우 이런 논의조차 됐을까 의문"이라며 "박태환을 위한 개정이 맞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정희준 동아대 교수 또한 "규정이 바뀔 경우 박태환 때문이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과연 그렇게 해서 올림픽 메달을 딴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박태환이 오히려 사양하는 게 맞다"고 진단했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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