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등 참가자들이 행진 중 도로를 4~5분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 점거했더라도 일반교통방해죄가 성립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논란이 되고 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쌍용차 대책위 등이 주최한 걷기대회에 참가했다가 4분간 차도를 점거한 혐의(일반교통방해) 등으로 기소된 임모(24·여)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판결은 집회 중 일반교통방해죄 성립에 대한 종전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7월에도 비슷한 판결을 냈다.
그러나 이 같은 대법원의 입장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기본권 보장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에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2010년 3월 집회 참가자들에 적용돼 온 형법 185조(일반교통방해)에 대해 합헌 결정을 선고하면서도 "헌법이 보호하는 평화적 집회 또는 시위에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교통방해 행위는 일반교통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박주민 변호사는 "헌법재판소는 집회와 시위에 대한 기본권을 기본권 중에도 중요한 기본권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 기본권은 본질상 타인에게 불편을 주는 기본권이고, 타인 역시 이를 상당한 수준에서는 수인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이어 "그러나 4분 정도의 교통방해를 일반교통방해죄로 인정한 대법원의 입장은 이런 수인 의무를 부정하는 것으로 결국 집회를 하지 말라는 취지"라고 비판했다.
4분 정도의 짧은 교통방해가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는 대법원의 입장은 종전 대법원 판결과도 배치되는 면이 있다.
김능환 당시 대법관은 2009년 7월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울산 플랜트노조 삼보일배 행진' 사건에서 "집회나 시위는 회합에 참가한 다수인이나 참가하지 않은 불특정 다수인에게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소음이나 통행의 불편 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은 부득이한 것이므로 집회에 참가하지 않은 일반 국민도 이를 수인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집회나 시위의 목적 달성에 필요한 합리적인 범위에서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있는 다소간의 피해를 발생시킨 경우에 불과하다면,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고 판시, 노조원들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로 판결했다.
민주노총 안산지부는 노동절인 지난해 5월1일 세월호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가 있는 경기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25시광장까지 참회의 행진을 했다. 안산시청 앞에서 참가자들이 실종자 무사생환과 희생자 극락왕생을 기원하며 3보 1배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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