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력을 가진 제약사와 신약 기술을 보유한 중소업체 간에 협업이 활발하다. 제약사는 유망한 신약 후보물질을 확보할 수 있고 중소업체는 투자를 받아 신약 개발을 이어나갈 수 있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상생 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다.
녹십자(006280)는 올 5월 포스코 기술투자와 함께 유전자치료제 바이오업체 미국 유벤타스에 750만달러(한화 82억원)을 투자했다.
부광약품(003000)은 올 7월 희귀의약품 바이오벤처인 미국 '에이서 테라퓨틱스'에 200만달러(23억원)를 투자했다.
유유제약(000220)은 2014년 신약개발 벤처기업인 올릭스가 개발 중인 노인성 황반변성 치료제에 대한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한독(002390)은 2012년 제넥신에 3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결정했다. 제넥신은 한독과 유한양행 상위 제약사 두곳에 투자를 유치했다.
한미약품(128940)은 2008년 신약개발 업체 크리스탈지노믹스에 156억원을 투자했다.
제약업계에 투자가 활발한 이유는 신약후보물질을 확보해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해 국내 의약품 시장 규모는 19.4조원으로 최근 5년간 연평균 0.03%의 저성장 기조를 보였다.
전세계적으로 인구 고령화에 따라 의료 서비스 수요는 늘고 있지만 신약 개발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1996년부터 2004년까지 매년 36개의 신약을 허가했으나 2005년부터 2010년까지 평균 22개로 감소했다. 반면 제약사들의 1개 신약 개발 비용은 1970년대 1억4000만달러(한화 약 1640억원)에서 2000년대부터는 12억달러(1조4000만원)까지 치솟았다. 신약 개발 생산성이 저하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외 제약사들은 R&D의 효율성을 높이고 매출 증대를 위해 다양한 신약 개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비용 부담을 줄이고 신약 실패 위험을 줄이기 위한 전략으로 신약후보물질을 보유한 중소업체와 협업이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국내사들은 R&D 역량과 개발 비용이 글로벌 제약사보다 열세여서 투자 확대를 생존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국내사가 중소업체의 후보물질을 라이센스 받거나 공동으로 임상을 진행해 분업화하는 효과가 있다. 대규모의 임상실험, 허가 후 마케팅 등 전과정을 진행할 자금력과 전문성이 부족한 중소업체에게도 이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사와 중소업체 간에 전략적 제휴가 확대되고 있다"며 "신약 개발의 이익을 후보물질 발굴자인 중소업체와 투자자인 국내사가 배분하는 방식의 비즈니스 모델이 더욱 각광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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