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61) 경남도지사의 '성완종 1억 수수 혐의' 재판이 윤승모(52) 전 경남기업 부사장에 대한 '회유' 의혹 부분부터 심리가 먼저 이뤄진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현용선)는 18일 열린 5회 공판준비기일에서 윤씨에 대한 홍 지사의 회유·압박 의혹 관련자들에 대한 증인신문부터 우선적으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검찰은 이날 홍 지사의 측근인 모 대학 총장 엄모(59)씨와 김해수(58)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에 대한 증인신문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입증계획을 밝혔다.
검찰은 "성 회장이 사망한 상태며 수사 과정에서 본건 실체에 관한 왜곡이 시도된 바 있다"면서 "사건의 특수성을 반영해 검찰이 입증책임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두 사람에 대한 증인신문부터 심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회유 의혹과 관련해서 단순히 진술을 잘 해달라는 추상적 회유가 아니라, 홍 지사가 금품을 수수하지 않은 것으로 하는 대신에 나경범 수석보좌관(현 경남도 서울본부장)이 금품을 수수했다고 말을 해달라는 구체적인 제안이었다"면서 "이와 관련해 홍 지사의 최측근과 수차례 통화한 내역도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 증인은 홍 지사가 최근 이 사건과 관련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정확히 보여주는 사람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홍 지사의 변호인은 "증거법상 맞지 않다"며 성 회장의 자금 조성 경위 등 사건이 일어난 시간 순서대로 증인신문을 해야 하는 게 타당하다고 반박했다. 이들이 윤씨를 회유·압박했다는 언급이 담긴 녹취 파일에 대한 증거능력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를 인용한 채 두 사람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질 경우 재판 자체의 파행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변호인은 "애당초 1억원이 어떻게 조성됐고 실제로 존재했는지와 돈 전달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윤씨가 실제 그런 역할을 맡을 만한 지위나 관계에 있었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면서 "그 다음에 자금전달 경위에 대한 증거조사가 이뤄지는 게 가장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10분간 잠시 휴정을 한 후 "다소 이례적인 사건이고 증거조사 방법도 시간 순서가 아닌 역순 비슷하게 돼 있긴 하다"면서도 입증책임은 검찰에 있다고 판단, "검찰에서 밝힌 계획대로 증거조사를 진행하도록 하겠다"며 엄씨와 김씨부터 증인신문을 하겠다고 밝혔다.
또 "증인신문에 앞서 변호인은 이와 관련된 녹음물에 대해 단순히 부동의한다고 할 게 아니라 어떤 부분에 문제가 있는지와 중간에 조작됐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는 점 등을 구체적으로 적시해 주장해달라"면서 "그럼 검찰은 그 부분에 대해 과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부분을 조사해 증거를 신청하라"고 밝혔다. 이어 "녹음물에 대한 쌍방 의견이 정리되면 이들에 대한 증인신문을 시작하겠다"고 덧붙였다.
다음 재판은 12월9일 오후 2시로, 공판준비기일이 한 차례 더 진행된다.
앞서 홍 지사는 2011년 6월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의원실에서 윤씨를 통해 성 전 회장이 전한 1억원을 수수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기소됐다.
홍준표 지사가 선임한 이광범(왼쪽), 이용구 변호사가 '성완종 리스트' 2차 공판준비기일인 지난 8월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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