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고 탈 많던 보험입점 복합점포의 성적표가 초라하다. 인바운드 영업의 한계와 금융당국의 규제가 심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시범기간인 만큼 보험사가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복합점포에 보험업을 입점한지 4개월이 지났지만 실적은 여전히 초라하다. 지난 8월 가장 먼저 복합점포에 보험사를 입점한 하나금융그룹의 경우 19일 기준 실적이 10건에 불과하다. 복합점포 2호점을 개설한 농협지주는 12건 생·손보가 입점한 KB지주는 30여건에 그치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이런 미진한 실적은 예정된 결과라는 분위기다. 고객이 찾아오는 인바운드 영업의 한계 때문이라는 것이다. 현재 복합점포의 영업방식은 고객이 직접 복합점포 내 보험창구에 찾아와 상담을 하고 계약을 하는 구조다. 보험사 소속 설계사를 소개한다던가 외부에서 고객을 만나는 행위는 전면 금지됐다. 사실상 영업이 불가능한 규제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보험상품 판매를 위해서는 고객을 두 세 번의 만남을 해야 한다. 최근 속속 등장하고 있는 온라인 보험이나 자동차 보험 처럼 상품 구조가 비교적 간단한 상품은 고객을 여러번 만날 필요가 없지만 특약이 많은 상품의 경우 각 고객의 특성에 맞춰 가입해야 하기 때문에 고객과 판매자가 여러번 만나야 하는 구조다.
문제는 복합점포에서는 이런 영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복합점포 외부에서 영업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고객을 찾아가는 것이 보험 영업의 특성인데 복합점포에 고객이 직접 찾아와 보험을 가입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짧은 영업시간도 문제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복합점포는 은행과 동일하게 9시에 문을 열고 4시에 문을 닫는다. 영업할 시간 자체도 부족하다.
따라서 복합점포 활성화를 위해서 보험사들은 설계사를 통한 아웃바운드 영업 허용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최초 복합점포를 고객이 찾아오는 방식은 유지하돼 그 후에는 설계사들이 직접 고객을 밖에서 만나 상담을 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보험 가입에 니즈가 있어 찾아온 고객이기 때문에 계약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아울러 최초 방문시에 가입 목적, 경제상황 등을 고려해 고객에게 맞는 설계사를 지정하면 고객 만족도 또한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복합점포의 본격 도입을 두고 보험사들이 눈치작전을 쓰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복합점포 보험입점 당시 원수보험사들은 또 다른 방카슈랑스 채널을 허용하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금융지주당 3개로 제한해 시범적용을 하고 있다. 시범기간 동안 최대한 숨을 죽여 '전면시행'이라는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한 작전이라는 것이다.
대형 생보사 관계자는 "시범적용 기간 동안 최대한 실적을 내지 않아 복합점포 보험입점이 큰 영향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전면 확대를 노리는 것 아니냐"며 "이런 이유가 아니라 정말 계약 자체가 어려운게 현실이라면 꺾기 없이 보험 판매가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꼴"이라고 말했다.
여의도에 입점한 KB손해보험과 KB생명 복합점포 사진 /뉴스토마토
이종호 기자 sun12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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