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로 선정된 카카오뱅크가 결제중개업체(VAN사)와 전자결제대행업체(PG사)를 배제한 새로운 결제 시스템이 지급결제 시장의 판도를 바꿔놀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금융 업계에선 카카오의 지급결제 실험이 시장에 혁신을 몰고올지, 아니면 단순 해프닝에 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2일 금융업계 관계자들은 카카오 컨소시엄의 카카오뱅크가 제공하겠다고 예고한 '앱투앱 결제'가 카드사는 물론 중간단계 결제 업체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소비자-PG·VAN-신용카드-가맹점으로 이어지는 결제 프로세스가 소비자-가맹점으로 단순화되면 중간에 있던 카드사와 VAN사, PG사의 역할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지난 30일 카카오뱅크는 결제 프로세스의 혁신을 불러일으키고자 중간 단계 유통사인 VAN사와 PG사를 빼고 고객과 가맹점주가 부담하는 수수료를 대폭 낮추겠다고 공표했다. 컨소시엄 구성 단계부터 VAN사와 PG사를 넣지 않은 것도 이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서다.
함께 예비 인가를 얻은 K뱅크가 한국정보통신과 KG이니시스와 같은 지급결제 사업자를 컨소시엄에 포함시킨 것과 대조된다.
◇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자에 대한 예비인가 심사 결과 선정된 한국카카오은행 컨소시엄의 윤호영 카
카오 모바일은행 TF 부사장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사업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카카오뱅크의 계획이 실현되면 가맹점주의 경우, 최대 4%까지 지불했던 결제 수수료가 1%대로 낮아진다. 카카오뱅크는 이 1%마저도 고객에게 적립금 형태로 돌려줄 계획이라 사실상 수수료는 0%대에 이른다.
덕분에 소비자와 가맹점주 모두 수수료 혜택을 누릴 수 있고, 특히 가맹점주는 현장에서 바로 현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소비자의 계좌에서 가맹점 주인의 계좌로 바로 송금되는 형식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중간 단계를 거치는 시스템에서는 최장 45일까지 걸렸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고객과 소상공인 양쪽이 다 카카오뱅킹 고객이란 전제 아래 NFC(근접 무선통신)방식으로 계좌를 통해 결제하면 PG사나 VAN사 수수료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 내외 관계자들은 카카오뱅크 런칭 이후까지 기다려봐야 하겠지만, 아이디어만 보면 충분히 기존 결제 생태계를 위협할 만한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카드사의 수수료 인하 요구가 있어서 밴사 상황 자체가 좋지 않은데, 카카오뱅크의 등장으로 새로운 결제수단이 탄생하면 사정은 더 어려워 질 것"이라며 "PG사도 이전엔 핀테크 수혜주였는데, 카카오가 PG를 배제하겠다고 밝힌 터라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카카오뱅크의 앱투앱과 관련해 "결제 편의성이 기존보다 증대된다면 결제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대폭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VAN사와 PG업계 관계자들은 나오지도 않은 서비스를 두고 과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며 선을 긋는 모습이다. 카카오뱅크는 내년 하반기를 영업 개시일로 전망하고 있다.
결제솔루션 업체인 한국사이버결제 관계자는 "우리가 이미 가맹점을 확보하고 전산도 다 깔아놓은 상황"이라며 "VAN사와 PG사가 할 일이 없게 만들겠다는 건데 그건 구조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나이스정보통신 측은 "중간단계 없이 직접 결제하면 오류가 발생할 때 해결할 수단이 없어진다"며 "몇몇 주주들이 전화로 어떻게 되는 거냐며 물어오긴 했지만, (카카오뱅크 앱투앱이) 현 상황에는 크게 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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