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 거듭하는 내년도 예산안 처리, 법정기한 지킬 수 있을까
여야 전날 밤샘협상으로 예산안과 5대 법안 처리 합의
국회 법사위 제동 “국회법 위반”, 각 상임위에서도 반대목소리
중재나선 정의화 “5대 법안은 좀 더 논의, 예산안은 바로 처리”
2015-12-02 16:45:39 2015-12-02 18:13:13
여야는 2일 오후 2시 국회에서 본회의를 열고 내년도 예산안 등을 처리키로 합의했지만 막판까지 진통을 거듭했다.
 
새누리당 원유철,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 등 여야 원내지도부는 전날 오후 9시부터 4시간30분의 심야 마라톤협상 끝에 내년도 예산안 및 예산부수법안과 5개 쟁점법안을 이날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여야가 합의한 내년도 예산안은 정부 원안인 386조7000억원에서 1000억~1500억원 가량이 순삭감된 386조5800억원 규모다. 원안에서 약 3조5000억원이 감액됐지만, 국회 심사과정에서 약 3조3800억원이 증액됐다.
 
다만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예산 및 몇몇 쟁점사안에 대해선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본회의 상정 직전까지 세부조정을 계속하기로 했다. 누리예산 정부 지원 규모를 두고 새누리당은 약 600억원, 새정치연합은 5000억원을 주장하면서 큰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
 
5개 쟁점법안은 새누리당의 ‘경제활성화법’과 새정치연합의 ‘경제민주화 및 복지법’을 2:3 교환하는 방식으로 성사됐다. 각각 ▲국제의료사업지원법(외국인환자유치 가능) ▲관광진흥법(학교 앞 호텔건축 허용)과 ▲모자보건법(공공산후조리원 설립)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법(전공의특별법)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안(남양유업방지법)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여야합의는 반나절도 채지나지 않아 본회의 상정 최종관문인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법사위원장인 새정치연합 이상민 의원은 2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회법상 법률안은 법사위에서 5일간의 숙려기간을 거친 뒤 상정하도록 돼 있다”면서 “오늘 소관상임위와 법사위를 거쳐 곧바로 본회의에서 5개 법률안을 처리하겠다는 여야합의는 국회법 위반”이라고 원칙론을 내세웠다.
 
이어 “실체적 정의 못지않게 절차적 정의도 중요하다. 법 위반에 법사위가 가담할 수 없다”면서 “오늘 본회의에서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못을 박고 양당 원내지도부에 재협상을 주문했다.
 
법사위 제동과 함께 5개 쟁점법안 소관상임위에서도 잡음이 터져 나왔다. ‘국제의료사업지원법’과 ‘전공의특별법’을 논의하기로 한 보건복지위원회에선 정부가 가져온 ‘모자보건법’ 최종 수정안 내용을 놓고 “사실상 공공산후조리원을 만들지 말라는 법안”이라며 야당이 반발하면서 심사가 중단됐다.
 
‘관광진흥법’ 소관상임위인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도 야당 의원들이 “원내대표가 교문위원들과 상의 없이 합의를 이뤘다”며 소집에 불응했다. 정무위원회에서도 ‘남양유업방지법’을 우선 처리하자는 야당과 기타 법안도 함께 처리하자는 여당이 각을 세웠다.
 
이에 새누리당은 국회의장 직권상정 카드를 꺼냈다.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하고 국회의장만 수락하면 (본회의 상정이) 가능한 만큼 직권상정 해야한다”면서 “오늘 새벽에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법안들인 만큼 그 합의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야당 원내지도부를 압박했다.
 
실제 국회법 85조와 86조에 의하면 국회의장이 각 교섭단체대표의원과 합의하는 경우 법사위를 거치지 않고 본회의에 해당 안건을 즉시 부의·상정할 수 있다.
 
막상 정의화 국회의장은 직권상정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정 의장은 이날 오후 3시 여야 원내지도부를 불러 중재에 나섰다. 정 의장은 “법안이란 충분히 상임위 중심으로 이뤄져야하고 충분한 논의가 돼야하며 충분한 숙려기간을 통해 여러 문제점이 없는지 시간적 여유를 두고 검토가 필요하다”고 양당 지도부에게 당부한 것으로 전해져 사실상 야당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내년도 예산안은 법정기한을 엄수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처리한다는 입장으로, 이날 오후 본회의 소집이 예고됐다. 정부의 예산안 원안은 이미 본회의에 자동부의된 상태다. 여야가 수정안을 마련하면 수정안으로, 끝내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정부원안이 내년도 예산안으로 확정될 전망이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정의화 국회의장이 새누리당 원유철(왼쪽),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오른쪽) 원내대표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 집무실에서 회동, 손을 끌어다 악수 시키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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