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내년부터 2018년까지 3년 동안 달성할 새 중기 물가안정목표를 연 2%로 낮춰 잡았다. 특히 중기 물가안정목표를 기존의 2.5~3.5%와 같이 범위로 제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2%라는 단일목표치로 제시했다. 정책목표가 명확하지 않고 기대인플레이션 안착에도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물가안정목표 운영에 대한 책임도 강화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개월 연속 물가안정목표를 ±0.5%포인트 초과 이탈하면 총재가 직접 간담회를 열고 원인 등을 설명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물가목표 이탈시 설명책임은 물가안정목표제 채택 국가 32개국 중 6개국만이 이행하고 있다.
그 동안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현행 물가안정목표 범위를 크게 밑돌았던 상황 속에서 향후 3년간 물가안정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한은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한국은행은 16일 이주열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2016~2018년 중기 물가안정목표를 소비자물가 상승률 기준 연 2%로 정했다고 밝혔다.
물가안정목표제는 중앙은행이 물가상승 목표를 미리 제시해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안정화하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1998년부터 도입됐다. 이번 물가안정목표는 현행 적용기간이 올해 말로 종료됨에 따라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새롭게 정했다. 이에 따라 2016~2018년 3년 동안 적용된다.
새 물가안정목표는 현행 2013~2015년 목표치인 2.5~3.5%보다 0.5~1.5%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세계적인 수요부진과 저성장 기조, 저유가 영향 등에 따라 목표를 하향조정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서영경 한은 부총재보는 "2016년 이후 중기 물가안정목표는 우리 경제의 기조적 물가 흐름, 적정 인플레이션 수준, 향후 물가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2%로 설정했다"고 말했다.
눈에 띄는 것은 물가안정목표가 처음으로 단일 수치로 제시됐다는 점이다. 그 동안 물가안정목표는 2.5~3.5%처럼 범위 방식으로 제시됐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목표범위 방식이 통화정책을 신축적으로 운영하는 데는 유리할 수 있으나, 정책목표가 명확하지 않고 기대인플레이션 안착에도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따라서 한은은 정책목표를 분명히 하고자 물가안정목표를 단일 수치로 제시했다. 그만큼 물가안정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또 물가안정에 대한 한은의 책임도 한층 강화했다.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개월 연속 물가안정목표에서 ±0.5% 포인트 이상 벗어나면 총재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이탈 원인과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 통화신용정책 운영 방향 등을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0.5% 포인트를 벗어나는 상황이 지속되면 추가로 설명한다는 방침이다.
국회에 제출하는 법정보고서인 통화신용정책보고서도 현행 연 2회에서 4회로 늘리고, 국회가 요구하면 총재가 출석해 답변하도록 했다.
서영경 부총재보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물가안정 목표에 근접하게 하고 저물가 기조에서 탈피하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한국은행은 16일 2016~2018년 중기 물가안정목표를 연 2%로 설정했다고 밝혔다./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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