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면세점, 진짜 경쟁상대는 '문닫는' 면세점
명품 유치 미확정…'떨이세일' 나서면 타격 우려
2015-12-17 15:28:55 2015-12-17 15:28:55
기존 서울 명동 지역에만 몰려있는 면세점 고객들을 분산시키겠다는 목표로 이달 말 문을 여는 HDC신라면세점과 한화갤러리아면세점이 정작 폐업을 앞둔 다른 지역의 면세점과 경쟁할 처지에 놓였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새롭게 들어서는 면세점들은 정부 요청에 따라 오픈 시점을 당초 계획보다 2개월 가량 앞당기면서 명품브랜드 입점 등 당초 계획했던 MD구성을 완성시키지 못한 상태에서 문을 열게 된다.
 
만약 내년 상반기 중 문을 닫아야 하는 워커힐면세점과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잠실점)이 재고 소진을 위한 '떨이세일'에 나서게 될 경우 인프라가 부족한 상태에서 영업을 시작하는 새 면세점들의 고객몰이에 지장이 생길 전망이다.
 
HDC신라면세점과 갤러리아면세점 입장에서는 기존 사업자와 경쟁해도 부족할 판에 떠나는 사업자와의 경쟁도 힘이 부치게 됐다. 서둘러 개장일을 앞당기다보니 당초 계획했던 해외 명품브랜드나 지역특산물 판매장 등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완벽한 모습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외국인 고객을 맞이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아울러 폐업일을 앞둔 워커힐면세점은 남아있는 재고를 넘길만한 곳이 없어 남은 사업기간동안 재고를 소진하기 위한 이른바 '떨이세일'을 실시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업계에 따르면 워커힐면세점의 재고 물량은 600억~700억원대로 추정된다. 이미 SK네트웍스는 면세점 운영 종료시까지 면세사업본부를 CEO 직속 태스크포스(TF)로 조직을 개편하며 사실상 정리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폐업을 앞둔 면세점이 재고 세일을 실시하더라도 기존 사업자들은 적립금같은 멤버십 혜택 등으로 충성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어 고객 이탈이 크진 않겠지만 신규 사업자 입장에서는 고객몰이에 실패할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롯데면세점은 본점과 공항면세점, 인터넷면세점 등을 활용해 월드타워점의 판매물품을 내놓을 수 있어 재고 소진에 대한 부담이 적다는 점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서울 시내면세점이 늘면서 경쟁은 치열해졌지만 새 면세점들은 고객을 끌어올만한 결정적 소구가 부족하다는 것이 업계의 전반적인 평가다.
 
지난 7월 운영권을 낙찰받은 하나투어 SM면세점의 오픈 예정일인 다음달 16일부터는 서울 시내에 총 10곳의 면세점이 경쟁하게 된다.
 
워커힐면세점과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관세청으로부터 영업기간 연장 허가를 얻는다면 2016년 6월까지 운영을 하고, 지난달 새롭게 운영권을 따낸 두산과 신세계면세점은 내년 4월께 문을 열 예정이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최대 12개 면세점이 서울 시내에서 동시에 장사를 하게 된다.
 
가장 큰 걱정거리는 명품 브랜드 유치다. 롯데면세점과 동화면세점 등 명동 상권의 기존 면세점들은 이미 해외 명품브랜드가 입점된 상태라 명품 쇼핑을 위한 외국인 고객들이 아직 미완성의 신규 면세점으로 발길을 돌릴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HDC신라면세점(왼쪽)과 한화갤러리아면세점 조감도. (사진제공=각 사)
 
이성수 기자 ohmytru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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