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최근 5년간 FTA(자유무역협정)의 수혜를 톡톡히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석유화학제품의 무역수지는 2010년 224억1000만달러에서 지난해 317억7000만달러로 무려 41.7% 증가했다.
이는 지난 5년간 석유화학제품의 총 수입량은 큰 변화가 없었던 반면 수출량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수출량은 2010년 2630만톤에서 지난해 3210만톤으로 5년 사이에 22% 늘었지만, 수입량은 2010년 1060만톤에서 지난해 1080만톤으로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수출액도 증가 추세였다. 다만 최근 유가 하락으로 인해 제품가격이 떨어지면서 2013년 483억8000만달러였던 석유화학제품 수출액은 지난해 482억1000만달러로 하락했다. 올해(1~10월 기준)는 319억7000만달러를 기록했다.
한국무역협회는 FTA 상대국에 대한 수출 증가가 무역수지 흑자 폭을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했다. 석유화학제품에 붙는 평균 5.5~6.5%의 관세율이 사라지면서 가격경쟁력 제고 효과를 누렸다는 것이다. 미국, 베트남 등 FTA 체결국에 대한 수출량은 2013년 11.3%, 지난해 18.8%, 올해는 5.5% 증가했다.
석유화학업계의 한 관계자는 "석유화학제품은 최종소비재와 달리 관세율 변화가 제품가에 직접 전가돼 영향을 크게 받는다"며 "가격은 제품 경쟁력의 주 요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특히 개방 수준이 높은 터키의 경우 수출량 증가율이 2011년, 2012년에 불과 3%대였지만 FTA가 발효된 2013년엔 120.3%로 껑충 뛰었다. 지난해에도 55.5% 증가한 93만9310톤을 기록했다. EU(유럽연합)도 FTA가 발효된 2011년 이후 재정위기를 맞았지만 꾸준한 두 자릿수의 증가율을 보였다. 지난해엔 전년보다 50.8% 증가한 188만7004톤을 EU에 수출했다.
다만 인도의 경우 현지 수급과 수입규제 영향으로 수출량이 2012년에 24% 증가했다가 올해 14.6% 감소했다. FTA 미(未)체결국이었던 중국 수출량도 FTA 체결국의 증가율을 밑돌았다. 중국 외의 FTA 미체결국 수출량 증가는 2013~14년 1% 미만이었고 올해 2.4% 감소했다.
하지만 큰 기대를 모았던 한·중 FTA는 중국 석유화학제품 총 253개(HS 8단위 기준) 중 수입액 기준 16%만 10년 내 관세가 철폐되는 등 양허 수준이 높지 않아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협회는 분석했다. 반면 한국은 333개 제품(HS 10단위 기준) 중 89%를 10년 이내에 철폐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혜택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며 "주요 제품의 관세가 철폐되는 10년 후 상황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 수출 비중은 지난 10년간 45%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 이 때문에 중국의 성장이 둔화하고 자급률이 상승할 경우 국내 석유화학산업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건 업계의 오래된 고민이다.
제현정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은 "석유화학산업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FTA 활용 수출물량 증가를 지속했다"며 "현재 협상 중인 한·중·일 FTA를 통해 향후 한·중 FTA 상품관세 철폐 가속화 협의가 있다면 중국의 주요 석유화학제품에 대한 양허수준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장수 주중대사와 왕셔우원 중국 상무부 부부장이 지난 9일 중국 베이징 상무부 회의실에서 한·중 FTA를 오는 20일에 발효하는 내용의 외교공한을 교환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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