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 기자] 연간 7300억달러에 달하는 아시아 인프라 시장이 활짝 열렸다. 최근 이란 경제제재 해제와 함께 해외수주난에 시달렸던 국내 건설업체들에겐 반가운 소식이다.
중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국제금융기구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지난 16일 공식 출범했다. 창립 회원국으로 참여한 한국의 지분율은 전체 회원국 중 5위(3.81%)다.
AIIB는 아시아 지역 개발도상국의 교통, 통신, 건설 등과 같은 인프라 투자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됐다. 기존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인도나 동남아시아 등을 주로 지원한 반면 AIIB는 아시아 전역을 투자 대상으로 삼아 경제 파급 효과가 더 크다.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에서 재원조달 창구 역할을 하게 될 AIIB는 출범 첫해인 올해에만 5~10개 프로젝트에 최대 12억달러를 대출한다는 방침이다. 아시아 지역의 인프라 시설 투자 수요는 2020년까지 매년 73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은 일대일로 전략 중 중앙아시아를 경유하는 육상실크로드 건설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는 아시아와 유럽을 하나의 대륙 경제권 시장으로 통합 하려는 구상인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도 상통하는 대목이다.
건설업계는 올해를 중동에서 아시아로 수주 지역을 다변화하는 원년으로 삼아 본격적인 아시아 시장 공략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2분기부터 본격화 될 투자에 앞서 초기 시장을 점유하기 위해 물밑에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나오지 않아 진행상황을 지켜보며 아시아 시장 진출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면서도 "현지 네트워크 강화를 위한 사전작업은 이미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종합상사와 함께 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종합상사의 경우 아시아 각국에 인적 인프라가 촘촘하게 구성돼 있는 데다 종합상사들도 최근 트레이딩 물량 부족으로 오거나이징 사업을 늘려가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오거나이징(Organizing) 사업은 상사가 갖고 있는 정보수집, 네트워크, 파이낸싱 능력을 복합적으로 활용해 발전소나 플랜트, 인프라 등과 관련된 해외 대형 프로젝트를 기획·발굴하고, 컨소시엄을 구성해 금융조달 및 설계·조달·건설(EPC) 회사 선정에 이르는 종합 솔루션을 제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국내에서는
삼성물산(000830)과
LG상사(001120)가 이 분야에 강점을 갖고 있다. 해외수주 시장에서 금융조달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종합상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수주전에 뛰어드는 건설사들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종합상사 한 관계자는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지하자원이 풍부한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최근 경제발전과 함께 지하자원 개발도 늘고 있다"며 "향후 자원개발과 연계한 인프라 및 플랜트 수요가 높아 건설사들의 관심이 많은 지역"이라고 말했다.
아시아 수주 시장에서 국내 건설업계와 가장 많이 경쟁하게 될 상대로는 중국이 꼽힌다. 그동안 개발도상국에 대한 원조사업을 꾸준히 진행했던 중국 정부의 정보력과 낮은 가격을 무기로 수주전에 뛰어들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우리나라가 강점을 보이는 IT분야를 접목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와 관련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6일 AIIB 개소식에서 "한국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사업 중 신도시 건설에 집중해 주도적으로 참여하겠다"며 "정보기술(IT)이 접목된 건설에 대한 수요가 많은데 이 분야는 우리나라가 경쟁력이 있다. 이 분야를 뚫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AIIB로 인해 인프라 시장이 활성화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중국발 경제 쇼크가 아시아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고, AIIB 최대주주인 중국이 인프라 시장을 독식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최근 이란의 경제제재 해제에 이어 지난 16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공식 출범하는 등 대규모 아시아 인프라 시장이 열리면서 해외수주난에 시달렸던 국내 건설업계에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현대건설이 지난 16일 완공한 베트남 북부 꽝닝성 깜빠시 몽정1 석탄화력발전소의 모습. 사진/현대건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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