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 딛고 미국 진출 꿈 이룬 이대호
시애틀과 4800만달러 계약…실력·인성 모두 완벽한 선수
2016-02-04 15:17:40 2016-02-04 17:51:02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미국 무대 진출이란 목표를 달성한 이대호(34·시애틀 매리너스)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뚜렷한 가치관을 지키며 살았고 기어이 성공까지 거머쥔 선수다. "돈보다 꿈을 택하겠다"던 그의 바람은 특히 가난했던 어린 시절과 대비돼 극적인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할머니 손에서 어렵게 성장한 그는 어느덧 한·일 프로야구를 평정한 뒤 마지막 꿈이던 미국 무대에서의 활약을 내다보고 있다.
 
4일(한국시간) 시애틀 매리너스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이대호는 1년 총액 4800만달러(약 48억 6800만원)에 구단과 스플릿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조건을 떠나 꿈을 이루는 데 목표를 두겠다던 이대호의 바람이 반영된 결과다.
 
사실 이대호의 지난 시즌 소속팀인 소프트뱅크(일본)가 앞서 이보다 훨씬 많은 돈을 제시했다. 일본 언론 '석간후지'는 최근 "소프트뱅크가 이대호를 잡기 위해 3년 18억엔(약 183억원)을 준비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대호는 지난해 11월 메이저리그 진출 선언 이후 3개월 가까이 새 팀을 찾지 못했음에도 일본에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자신의 확고한 꿈을 위해 한국에 돌아와야 하는 일이 생기더라도 도전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이대호의 이러한 목적의식은 그의 성장 과정, 그리고 꾸준히 펼치는 선행활동과도 맞닿아 있다. 이대호는 3살 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어머니가 재가하면서 할머니 손에서 형과 함께 자랐다. 2012년 한 TV토크쇼에서 이대호는 "할머니가 부산 팔도시장에서 채소를 팔면서 형과 저를 어렵게 키웠다"며 "할머니의 쌍가락지를 전당포에 맡겨 돈을 빌리는 걸 스무 번 정도 하면서 야구부 생활을 버텼다"고 털어놨다.
 
그러던 이대호는 고교 2학년 때 할머니를 여의면서 반드시 야구로 성공해야 한다고 결심했다. 이대호는 당시를 돌이켜 "할머니가 제 뒷바라지 한다고 고생만 하시다가 돌아가셨다. 꼭 야구로 성공해 하늘에 계신 할머니께 보여드리겠다고 그때 다짐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대호의 할머니 사랑은 봉사로 이어졌다. 이대호는 2006년부터 매년 부산의 달동네에서 홀몸노인을 위한 연탄 나르기와 목욕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인 최초로 일본시리즈 MVP를 받고 돌아왔을 때 이대호는 쇄도하던 방송 출연과 인터뷰를 정중히 고사했다. 부상에 따른 휴식 등 개인적 이유로 응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런 상황에서 이대호는 딱 하루 외부활동을 펼쳤다. 매년 거르지 않은 연탄 배달 봉사활동이었다. 강추위에도 이대호는 아침부터 해가 질 때까지 자기 손으로 직접 연탄을 나르는 봉사활동을 이어갔다. 이밖에 2011년에는 3년째 가정환경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다는 게 뒤늦게야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대호의 이번 메이저리그 진출을 바라보며 계약 조건과 주전 가능성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쉬움보다는 축하를 먼저 보내야 할 일이다. 이대호는 힘들었던 어린 시절을 발판으로 매년 선행활동을 이어가며 한·일 야구 정상에 올랐고, 마침내 자신의 마지막 꿈인 미국 무대 진출을 달성했다. 실력 면에서나 인성 면에서나 흠잡을 데 없는 메이저리거의 탄생이 목전에 있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2006년부터  10년간 매년 홀몸노인과 소외계층을 위해 연탄 배달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이대호. 사진은 2010년 모습. 사진/뉴시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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