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출 경기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넉달째 감소세를 이어가면서 그 감소폭은 점차 확대돼 2009년 이후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대내외 수요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엔화 강세로 인해 수출 경쟁력이 악화된 탓이다.
일본 도쿄항에 있는 대형 컨테이너 크레인의 모습.
사진/로이터
18일 일본 재무성은 일본의 지난달 수출액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12.9% 감소한 5조3516억엔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직전월 8.0% 감소와 전망치인 11.3% 감소를 모두 하회했다. 지난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 10월 이래 최악의 결과다. 이로써 일본 수출은 넉달 연속 감소했다.
아시아, 북미, 유럽 전역에 걸쳐 수출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 교역국인 대중국 수출은 17.8% 감소했으며 대홍콩 수출 역시 26.2% 줄었다. 북미(-6.4%)외 유럽(-3.8%)도 감소했으며 대러시아 수출은 31.7% 급감했다. 서방 제재가 풀린 대이란 수출만이 유일하게 120% 증가했다.
수입도 부진하긴 마찬가지였다. 1월 수입액은 18.0% 급감한 5조9975억엔을 기록해 예상치인 16.0% 감소를 밑돌았다. 수입은 13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지난달 1400억엔 흑자를 기록했던 무역수지 규모는 두 달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1월 무역적자는 6460억엔 규모를 기록했다. 예상치였던 6800억엔 적자보다 악화된 결과다.
전문가들은 대내외 수요 부진이 수출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무토 히로아키 도카이 도쿄리서치센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연말 물가는 소폭 오른 반면 기업들의 임금은 정체되면서 소비 부진은 곧 내수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히로아키는 “글로벌 수요 역시 침체됐다”며 “중국발 경제 성장 둔화 우려와 미국의 경기 회복에 대한 의구심이 맞물리면서 기업 활동이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로이터통신은 일본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수출이 부진한 탓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5일 발표된 중국의 1월 수출은 11.2% 감소로 집계됐다. 로이터는 중국 수출이 7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어 중국과의 교역량이 큰 국가의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연초부터 계속되고 있는 엔고가 수출의 발목을 잡았다는 평가다. 글로벌리서치는 연초부터 엔화 가치는 달러 대비 5.6% 가량 상승했다며 엔화 강세에 수출 경쟁력이 뒤떨어졌다고 말했다.
향후 개선 기대감도 높지 않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수요가 전반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의 자체 내수 동력도 없는 상황이라며 BOJ의 부양 효과가 강력하게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리서치는 오는 26일 발표될 소비자물가지수(CPI)와 내달 8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등 추가 지표와 함께 엔화 추이가 향후 일본 수출 경기를 가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희재 기자 eyes4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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