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지난달 31일 취임 첫 지방일정 지역으로 택했던 광주를 25일만에 다시 찾아 호남 민심 공략에 나섰다.
김 대표는 25일 오전 광주시의회에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이용해 기득권을 지키려는 과거와 단절하겠다’는 내용의 광주선언을 발표했다.
선언문에서 김 대표는 “호남은 우리 당이 어렵고 힘들 때 제일 먼저 도움을 요청한 곳이었지만 중요한 정치적 결정을 하는 과정에서는 소외되는 아픔을 겪었다”며 “호남의 자존심에 상처를 준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며 이제 더민주에서 ‘호남불가론’은 사라진 용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광주선언 발표 후에도 지역 내 산업단지·미술관 방문 일정을 소화하며 민심 청취에 나섰다. 이날 김 대표의 일정에는 이용섭 총선정책공약단장과 오기형 변호사,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 등 광주지역 출마가 예상되는 인사들도 동행했다.
김 대표의 이날 발언은 광주·전남 지역에서 더민주의 지지세가 국민의당을 제압하지 못하는 상황을 바꿔야 한다는 위기 의식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 천정배 대표는 지난 22일 기자들과의 점심자리에서 “광주에서는 8대 0으로 이겨야 한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더민주가 김 대표의 광주 방문일에 맞춰 지역구 두 곳(광주 북갑·서을)을 전략공천 지역구로 선정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도 호남 공략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국민의당 천정배 의원 지역구인 광주 서을과 더민주 강기정 의원의 광주 북갑에서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 국민의당 열풍을 잠재우겠다는 것이다.
국민의당은 ‘더이상 호남을 우롱하지 말라’며 맞섰다. 김정현 대변인은 더민주의 광주지역 전략공천 방침에 대해 “계엄군식 충격 요법으로 돌아선 호남 민심을 돌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라며 “궁지를 탈출하기 위한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고 평가 절하했다. 광주선언에 대해서도 김재두 대변인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한다면서 공천 과정에서 두 사람의 가교역할을 했던 사람들을 골라 배제했다”며 “더민주는 더욱 친노 패권정당으로 강화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김 대표는 이날 광주 방문에서 햇볕정책에 대해 “북한이 핵을 갖지 않았던 시점의 유효한 대북정책”이라며 “북한이 핵을 보유한 지금 대북정책은 진일보해야 한다”고 언급하며 더민주의 전통적인 입장과는 다소 다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25일 광주 서구 치평동 시의회 3층 브리핑룸에서 제2의 DJ(김대중 대통령)를 배출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광주선언'을 발표하고 참석자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