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모든 공공기관 능력중심 채용
'국가직무능력표준' 기반으로 평가…스펙 보다 능력 중시
2016-03-07 16:54:45 2016-03-07 16:54:45
정부는 내년부터 정부 산하 모든 공공기관에 국가직무능력표준(NCS)에 기반한 능력중심채용을 도입한다. 구직자의 학벌과 영어성적 등 소위 ‘스펙’보다 실제 업무능력을 평가하는 채용문화 확산을 위한 시도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7일 정부출연 연구기관 최초로 능력중심채용을 도입한 대전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 간담회를 열고 “능력중심 사회는 우리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며, 우리나라가 치열한 국제경쟁을 이겨내고 더 발전하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황 총리는 “고용에 있어 과거의 스펙중심, 연공서열중심의 문화를 과감히 벗어던지고, 능력중심·업적중심으로 획기적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구직청년들은 과도한 스펙경쟁 부담을 덜 수 있고, 기업은 직무에 적합한 인재를 채용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청년실업의 주요 원인인 인력 미스매치 문제도 해소할 수 있는 중요한 해법”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NCS는 산업현장에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요구되는 지식, 기술, 소양 등을 국가가 산업부문별로 체계화한 평가지표다. 특히 해당 직무의 상세내용과 직무능력 평가 기준을 구직자에게 사전 공지하고 그 기준으로 인재를 선발한다.
 
정부는 지난해 130개 공공기관에 이같은 내용의 채용방식을 도입했고, KT, 현대카드, 현대모비스, 신한은행, CJ E&M 등 28개 대기업과 관련 업무협약(MOU)를 맺었다. 올해도 NCS 도입 공공기관을 230곳으로 늘리고 중견·중소기업에 컨설팅을 지원하는 등 민간 확산에 주력할 방침이다.
 
고용노동부의 조사에 따르면 정부의 능력중심채용 도입으로 구직자들의 스펙쌓기 부담이 완화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고용부가 지난해 25개 기관 신규 취업자 34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약 40%가 토익 등 영어점수를 보유하지 않았다.
 
특히 취업자들은 ▲출신학교에 대한 차별이 없었다(5점 만점에 4.13점) ▲과도한 스펙을 요구하지 않았다(3.75점) ▲직무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시험이었다(3.48점)라고 긍정적으로 답했다.
 
30개 공공기관의 개별 사례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비슷한 효과가 나타났다. 남동발전은 신입사원 10명당 출신대학 분포가 2014년 3.7개에서 지난해 4.9개로 늘어났다. 2014년 신입사원 중 고졸·전문대졸자가 한 명도 없었던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난해 그 비중이 25%에 달했다. 학벌이 상대적으로 평준화된 것이다.
 
또한 자신의 직무를 사전에 알고 입사한 결과 신입사원이 입사 후 1년도 못돼 퇴사하는 비율도 크게 낮아졌다. 서부발전의 신입사원 중도 퇴사율은 2014년 7.8%에서 지난해 1.5%로 낮아졌고,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중도 퇴사한 신입사원이 한 명도 없었다.
 
다만 일각에서는 NCS를 기반으로 한 능력중심채용이 새로운 스펙쌓기를 야기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삼성의 직무적성검사(GSAT) 처럼 대기업이 독자적인 채용기준을 가지고 있어 NCS가 민간에 실효적으로 확대되지 않는다면 단순히 공공기관 취업을 위한 또 하나의 스펙에 머무를 가능성도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능력중심채용을 도입한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의 채용 성과를 분석해 향후 발전방향을 모색하고, 우수사례를 발굴해 확산하겠다”며 “관계부처가 협업해 스펙이 아닌 능력중심의 노동시장 생태계를 조성하는 한편 현장중심 교육개혁에도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황교안 국무총리(가운데)가 7일 오후 대전 유성구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 열린 스펙초월 능력중심채용 사업장 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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