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제조업 혁신의 바람이 불고 있다. 노동기반 약화와 스마트 산업혁명에 대응해 전통적 제조강국들이 제조와 정보통신기술의 융합을 꾀하고 있다. 독일의 ‘4차 산업혁명(Industry 4.0)’, 미국의 ‘메이킹 인 아메리카(Making in America)’, 일본의 ‘산업용 가치사슬 이니셔티브(Industry Value-chain Initiative)’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의 핵심은 제조업과 같은 전통 산업에 정보통신시스템을 결합한 스마트 공장이다.
스마트 공장에서는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해 생산설비와 경영관리시스템 간의 정보와 데이터를 교류한다. 그 결과, 모든 작업과정이 자동으로 통제되고 수작업은 최소화된다. 이는 인건비가 낮은 신흥국과의 경쟁력을 높여준다. 우리 정부도 스마트 공장 구축 지원, 중소기업 정보화 지원 등 세계적 추세와 맥을 같이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의 접목과 확산도 좀 더 포괄적이고 거시적인 시각에서 다뤄질 필요가 있다. 한국은 사상 초유의 인구절벽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 중요한 것은 단순한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넘어 생산성 향상을 통한 위기의 돌파다. 인구 늘리기만으로는 인구절벽을 향해 가는 시계바늘을 되돌릴 수 없다. 내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함에 따른 경제활력 저하 등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지만, 합계출산율은 10년 넘게 1.2명 수준의 견고한 벽에 갇혀 있다. 여기에 고학력·전문 외국인력 이민 확대도 기존 청년실업을 악화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쉽지 않은 고차 방정식이다.
문제와 해법의 재정의를 통한 한국형 제조업 혁신의 개념 정립이 필요한 이유다. 이는 기업 차원의 생산성 향상에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 국가 차원에서 생산인력 부족을 생산성 향상으로 보완하는 개념을 포함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생산성이 낮은 부문, 특히 종사자와 수작업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을 집중적으로 개선하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대기업 대비 생산성 수준은 2000년 46%에서 2013년 29%로 악화됐다. 대기업의 생산성이 2배 증가할 동안, 중소기업은 1.4배 증가에 그쳤다. 대표적 영세 제조기업인 소공인은 2010년 경제 총조사 기준 전체 제조업 매출의 6.7%에 불과하지만, 종사자의 23%를 차지할 정도로 노동 의존도가 높고 영세하다. 생산인력 감소에 대한 보완은 이들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영세 제조기업은 한국형 제조업 혁신이 놓쳐서는 안 될 대상이다.
무엇보다 이들이 처한 열악한 현실이 고려되어야 한다. 정보화 투자 여력 부족이 핵심이다. 종합적이고 섬세한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 나아가, 열악한 임금과 작업환경은 잦은 이직을 초래해 작업 효율성을 저하한다. 품질관리 전담부서나 인력 보유도 쉽지 않다. 또한, 대기업의 글로벌 분업화 확대로 현지 국외법인을 통한 조달이 늘면서 국내 중소기업의 생산 물량도 감소했다. 1995년 1월 대비 2015년 1월의 생산지수가 대기업은 4.8배 증가했으나, 중소기업은 1.5배 증가에 그쳤다. 생산 물량의 감소는 생산성 악화로 직결된다. 기업 간 협업도 어렵다. 대부분의 소공인은 산업단지보다는 주거지와 상권이 혼재된 도심의 시가지에 있다. 지역과 업종 차원의 상호학습과 인적 교류 등 집적의 이익을 누리기 어려운 구조다.
생산성이 개선되더라도 찻잔 속 태풍에 그치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즉 생산성 향상은 이익과 근로소득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10인 미만 영세기업 상용근로자 1인당 임금총액은 대기업 대비 50%에 불과하다. 이러한 임금 격차의 완화는 이직률을 낮춰 영세 제조기업 생산성 향상에 이바지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동반성장 노력도 여기에 포함된다. 대기업은 높은 생산성과 임금 수준이 중소기업의 생산성 악화와 임금 격차 확대에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스스로 물을 필요가 있다. 영세 제조기업의 낮은 생산성 뒤에는 장기간에 걸쳐 우리 사회가 감당해야 할 높은 비용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홍재근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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