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진척 없이 지지부진한 재개발·재건축 정비구역에 대해 다음달부터 직권해제를 추진한다.
시는 ‘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이 9일 서울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10일 밝혔다.
‘직권해제’란 주민들이 동의를 받아 추진위나 조합을 자진해산하는 경우와 달리, 주민 간 갈등과 사업성 저하 등으로 사업추진이 더 이상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 시장 직권으로 정비(예정)사업 구역을 해제한다.
시는 조례규칙심의회 등 관련 절차를 거쳐 이달 말 조례안을 공포하고, 다음달부터 사업 추진상황, 주민갈등 및 정체 정도, 사업성 등을 파악해 대상구역 선정 작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번 조례 개정으로 직권해제를 명확히 할 수 있도록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에 따라 토지 등 소유자의 과도한 부담이 예상되거나 정비(예정)구역 지정 목적을 달성하기 힘든 구체적 기준을 마련했다.
조합이 입력한 정비계획 등으로 산정된 추정비례율이 80% 미만이거나 사업지연구역 토지소유자 3분의 1이상이 해제를 요청하면, 공고 이후 구청장이 주민의견 조사를 거쳐 찬성이 50% 미만일 경우 직권해제가 가능하다.
단, 토지 등 소유자의 해제요청에 따라 직권해제가 가능한 규정은 앞으로 1년간 한시적으로 적용해 정상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구역에서 해제 동의서 징구 등에 따라 일어날 수 있는 주민갈등을 최소화했다.
또한 ▲정비구역 노후도 비율 미달 ▲추진위(조합) 운영 불가 ▲일몰기한 경과지역 구청장 해제 요청 없음 ▲도시계획위 역사·문화적 가치 보전 인정되는 경우에도 직권해제를 할 수 있다.
아울러 자연경관지구, 최고고도지구, 문화재보호구역,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 포함되는 구역에서 일정 기간 이내 관련 인가를 신청하지 못하는 경우도 직권해제 기준에 포함된다.
이와 같은 기준에 따라 시장이 대상구역을 선정해 구청장에게 통보하면 구청장은 20일 이상 공보 등에 공고하고 이후 시장은 시의회 소관 상임위 의견을 청취한 후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해제가 이뤄진다.
직권해제로 취소되는 추진위와 조합의 사용비용은 기존 자진해산하는 추진위와 동일하게 검증위원회에서 검증된 금액의 70% 범위 안에서 보조한다.
구역지정 이후 여건변화에 따라 해당구역 및 주변지역의 역사·문화적 가치 보전이 필요하다고 인정돼 직권해제가 이뤄질 경우 전액까지도 보조할 수 있다.
시는 조합과 건설업자 등이 공동으로 시행하는 사업도 공공지원 대상에 포함했으며, 추진위를 생략하고 바로 조합을 구성하는 경우 조합 설립에 필요한 용역비용을 시장이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퇴임 또는 해임 후 6개월 이상 조합 임원이 선임되지 않아 구청장이 직접 조합 총회를 소집하는 경우에도 소요비용을 시장이 지원해 비용 부담을 덜게 됐다.
시는 조합과 건설업자 공동사업시행 협약사항의 구체적인 내용을 포함해 ‘표준공동사업시행 협약서’와 ‘건설업자 선정기준’을 마련해 보급할 예정이다.
그동안 순번제, 추첨제 등 자치구별로 자의적으로 운용됐던 감정평가업자 선정기준을 일원화해 업무수행능력, 관련 법규 준수 여부 등에 따라 객관적으로 투명하게 감정평가업체를 선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밖에 노후·불량건축물에 대해서는 기준을 최장 40년에서 30년으로 단축하고 주변지역 주택수급 조절 등을 위해 주택재건축사업 안전진단 시기를 조정할 수 있도록 개정됐다.
진희선 시 도시재생본부장은 “직권해제 기준이 마련됨에 따라 사실상 추진동력을 상실한 구역에 대해 직권해제를 추진하고, 주민의 사업추진의지가 높고, 정비가 시급한 구역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추진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서울시가 사업에 진척이 없어 직권해제한 마포구 공덕 18구역 모습.사진/뉴시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진규 온라인뉴스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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