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3월 기준금리를 현재 연 1.50% 수준으로 동결했다. 지난해 6월 기준금리를 인하한 이후 9개월 연속 동결 흐름이다. 경기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내리기보다는 미국 등을 중심으로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국내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것이 우선이라는 판단이 뒤따랐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0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정례회의를 열고 3월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1.50%로 유지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했다. 앞서 한은은 2014년 8월과 10월, 지난해 3월과 6월에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씩 인하한 이후 9개월 연속 동결 흐름을 유지했다.
이날 금통위에서는 하성근 금통위원이 지난달에 이어 홀로 소수의견을 내고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1.25%로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이날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우선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발목을 잡았다. 이번달 기축통화국인 미국과 일본, 유로존은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있다. 이미 마이너스 금리를 시행 중인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날 오후 회의결과를 공개하고, 일본은행(BOJ)은 오는 15~16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16~17일에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한다.
따라서 주요국들의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한은이 선제적으로 금리 조정에 나서기에는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또 주요국들의 통화정책방향이 결정되면 당분간 국제금융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기에 국내 금융시장 안정도 염두해둬야 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통위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앞으로 세계경제는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완만하나마 회복세를 이어가겠지만 중국 등 신흥시장국의 금융·경제 상황, 국제유가 움직임, 국제금융시장 변동성 등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12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부담도 동결 결정 요소로 작용했다. 한은에 따르면 2월 은행권의 가계대출 규모는 전월보다 3조원 증가한 644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인 여신심사 강화 영향으로 전월보다 증가폭은 다소 둔화됐지만 여전히 예년 수준을 웃도는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연초에 0%대로 떨어졌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에 1.3%로 상승한 점도 부담요인으로 작용했다. 한은은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농산물가격 상승 등으로 전월의 0.8%에서 1.3%로 크게 높아졌다"면서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저유가의 영향 등으로 낮은 수준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도 "추가 금리인하 여력이 있다는 평가엔 동의한다"면서도 "다만 지금처럼 대내외 불확실한 경제상황에서는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기대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크다"고 밝혀 추가 금리 인하에 소극적인 입장을 재차 보여왔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소비 절벽이 현실화되고 생산과 투자, 수출 등이 부진한 만큼 경기부양을 위해 한은이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전히 나오고 있다.
이 총재는 "앞으로 성장세 회복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안정기조가 유지되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16년 3월 통화정책방향' 관련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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