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실이 지난 7일 이재명정부 출범 6개월을 맞아 주요 정책 성과를 발표했다. 여야는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해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등이 가진 '이재명정부 대통령실 6개월 성과 간담회'를 두고 상반된 평가를 내놓았다. 민주당은 "국난 극복"이라고 치켜세운 반면, 국민의힘은 "자화자찬"이라고 혹평했다.
정부가 일정 시점에 성과 보고회를 갖는 것은 단순히 자화자찬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핵심 정책의 진행 상황을 알리고 향후 방향성을 국민에게 제시한다는 측면에선 충분히 의미가 있다. 다만 현실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대안이 병행될 때 비로소 제대로 된 보고라고 할 수 있다.
전날 진행된 성과 보고회는 '제대로 된 보고'라고 보기엔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 반년 동안 어떤 부분에서 미흡했는지 돌아보고 향후 과제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과정은 찾아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가령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5일 충남 천안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서울과 수도권 집값 때문에 욕을 많이 먹는데 대책이 없다. 있는 지혜와 없는 지혜 다 짜내고 모든 정책 역량을 동원해도 구조적 요인이라 해결되지 않는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그들은 확대 해석을 경계하며 해명하기에 급급했다. 구체적인 공급 내용이나 규제 완화에 관한 언급은 없이.
실제 강 비서실장은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시키는 정책적 준비는 다 돼 있다"며 "국토 균형 발전을 이뤄야 한다는 취지로 이해해달라"고 강조했고, 하준경 경제성장수석은 "1주일에 1~2번씩 체크하며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만 했다. 물론 발표 내용에 부동산 분야는 포함되지도 않았고 그 이상의, 그 이하의 언급도 없었다.
대통령실 3실장은 오로지 민생경제 회복, 외교·안보 정상화, 국민주권 강화 등 3가지 분야의 성과 열거하기에 바빴다. 강 비서실장은 "소비와 내수가 다시 활력을 찾으면서 경제성장률 급반등을 이뤄냈다"고 자평했고, 김 정책실장은 "경제심리·주식시장·실물경제·분배 등 네 가지 지표가 동시에 큰 폭으로 개선됐다"고 강조했다. 위 안보실장도 "페이스 메이커로서 미국과 긴밀히 소통하고 남북 소통도 적극적으로 해 나가겠다"고 거듭 밝혔다.
그러나 한국 경제는 지금 이 같은 작은 성과에 도취해 있을 때가 아니다. 덩치 큰 '회색 코뿔소'가 눈앞까지 다가오고 있지만, 위험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이다. 회색 코뿔소는 어떤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있었는데도 이를 간과해 온전히 대응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을 말한다. 현재 저출산과 고령화, 구조개혁, 가계부채, 물가 상승, 미·중 갈등 등 한국 경제에 위협적인 회색 코뿔소가 너무나도 많다.
한국 경제에 회색 코뿔소가 어슬렁거리는데도 3실장의 성과 보고회에서는 우리 경제가 직면한 위협 요소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엿보이지 않았다. 당장 고환율·고물가·고금리의 '3고' 리스크에 둘러싸여 있는데도 187일 동안의 전력투구만 열거했다. '자화자찬'이라는 혹평이 나오는 이유다. 성장 한계에 직면한 우리 경제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자화자찬이 아닌, 경각심을 갖고 회색 코뿔소에 선제적 대비를 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박진아 정책팀장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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