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30대그룹 계열사 절반은 무노조…노조 22% "사측과 갈등"
30대그룹 252개 계열사 전수조사…실제 활동 노조 48.4%
복수노조제 악용, 어용노조로 협박하는 일 다반사…사측 압박에 노조 탈퇴도 빈번
2016-03-16 07:00:00 2016-03-16 07:00:00
30대그룹 계열사 중 노동조합이 조직된 곳은 10곳 중 5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렵게 노조 간판을 달았지만, 이중 20%는 사측과 갈등을 겪는 것으로 확인됐다.
 
취재팀이 최근 한 달 간 2015년 공정거래위원회 기준 자산 상위 30대 기업집단의 계열사 252곳(자본시장법상 정기공시 대상)의 노동조합 조직 현황을 전수조사한 결과, 노조가 조직됐고 실제 활동하는 것으로 확인된 곳은 122개사(48.4%)로 집계됐다.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 포스코, GS, 현대중공업, 한진, 한화 등 10대그룹 143개 계열사에서 노조가 있는 곳은 74곳(51.7%)으로, 30대그룹 전체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창립 이후 줄곧 '무노조 경영'을 고수해온 삼성그룹은 계열사 내에서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생명보험, 삼성정밀화학, 삼성전자서비스지회(비정규직) 등에서 노조가 활동 중이다. 여기에 그룹 재직자와 해직자들이 만든 삼성일반노조, 삼성중공업 해직자들이 만든 삼성중공업일반노조도 활동 중이다. 호텔신라는 2013년 고용노동부의 노조현황 조사 때 노조가 조직된 것으로 나왔지만, 취재 결과 노사협의회만 존재할 뿐 사실상 노조라고 부를 수 있는 실질적 활동은 없었다.
 
'강성노조'의 이미지로 알려진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현대모비스, 기아차, 현대로템, 현대건설, 현대제철, 현대위아, 현대비앤지스틸, 기아차, 현대제철, 현대위아, HMC투자증권 등 11개 계열사에서 노조가 조직됐다. 현대차그룹은 정규직은 물론 비정규직, 사내하청 노조까지 결성돼 있다.
 
◇10대그룹 계열사 내 노동조합 조직 현황. 자료/뉴스토마토
 
SK그룹은 25개 계열사 중 12곳, LG그룹은 16개 계열사 중 8개사, 롯데그룹은 16개 계열사 가운데 10곳 등 재계 5위권도 대부분 주요 계열사에서 노조가 조직돼 활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범위를 30대그룹 전체로 넓혀도 이런 상황은 비슷했다. 
 
이들 노조와 사측과의 관계는 원활하지 않았다. 취재팀이 30대그룹의 각 계열사 노조에 사측과의 관계를 묻자 27곳(22.1%)에서 "사측과 노조의 관계가 협조적이지는 않거나 갈등이 있다"고 답했다.
 
대표적으로 삼성그룹은 삼성일반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와 갈등을 빚고 있다. 삼성일반노조를 이끌고 있는 김성환 위원장은 백혈병 등 삼성그룹 내 직업병 문제를 꾸준히 제기한 것으로 유명하다. 2012년 10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100회에 걸쳐 확성기와 스피커를 이용해 집회를 이어왔다. 태생 자체가 삼성과의 격렬한 대립 끝에 출범한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역시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물론 삼성은 이들을 정식 노조로 인정치 않고 있다.
 
◇지난 2012년 5월29일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이 2011년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 중 패혈증으로 사망한 고 김주경씨의 산업재해를 인정하라며 시위를 벌였다. 사진/뉴시스
 
현대차 노조 등 강성으로 알려진 노조를 제외하면, 30대그룹 내 각 계열사 노조 대부분은 조합원 수와 활동현황 등을 자세히 알려달라는 취재팀의 문의를 거절했다. 이들은 사측의 노조탄압 또는 부당노동행위(노조 가입에 따른 불이익, 노조 탈퇴 회유, 단체교섭 거부, 단체행위에 참여할 경우 해고 등)가 심해 노조 쪽에서 먼저 자진해 정보를 공개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댔다. 
 
이중 일부는 노조 현황이 공개될 경우 사측이 복수노조제도를 악용, 노동자들이 자체적으로 조직한 노조보다 더 많은 인원을 모아 어용노조를 만들 가능성이 크다고도 귀띔했다. 현행 복수노조제도에서는 노조가 사측과 교섭창구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조항 탓에 조합원이 가장 많은 노조와만 교섭할 수 있다.
 
노골적으로 노조를 탄압하거나 부당노동행위를 한 정황이 드러난 곳도 있었다.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이마트가 대표적이다. 민주노총 산하 서비스연맹에 소속된 이마트 노조 관계자는 "사측이 복수노조제도를 악용, 어용노조를 만들더니 일주일 만에 700명의 직원을 모았고 우리가 가졌던 단일 교섭권을 빼앗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노조원으로 활동하면 인사발령 대상에 올리는 등 지난해 말까지 조합원 100여명이 사측의 압박을 견디다 못해 노조를 탈퇴했다"고 전했다. 이마트 노조는 전국 150여개 매장 가운데 이런 방법으로 노조원을 협박한 13개 점포를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한 상태다.
 
급기야 이마트 노조는 15일 홈플러스 노조, 롯데마트 노조 등과 함께 대형마트 3사 노조를 결성, 사측의 노조 무력화에 공동 대응키로 했다. 이마트 노조 관계자는 "마트 노동자의 건강권 보장, 처우개선, 평등한 마트 일터 만들기, 노동 3권 보장 등을 위해 활동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HMC투자증권 역시 몸살을 앓기는 마찬가지. HMC투자증권 노조 관계자는 "2014년 사측이 노조원들을 저성과자라는 이름으로 일반 부서에서 판매 부서로 배치해 실적 압박을 주고, 노조 간부 3명은 저성과자라는 빌미로 사내 기본 복지도 박탈했다"고 주장했다. 또 "직원 전체회의에서 노조에 가입하지 말 것을 공공연히 언급하거나 '버틸 수 있으면 버텨봐라'고 협박하기도 한다"며 "한때 450명을 넘었던 노조원 수는 구조조정과 노조 탈퇴 압박 등으로 지금은 170명 안팎"이라고 덧붙였다.
 
최병호·윤선훈 기자 choib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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