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벽 높았다…알파고 4승으로 세기의 대결 마무리
인간과 AI의 대결에서 가능성 보여준 이세돌 9단…값진 1승에 만족
2016-03-15 18:05:17 2016-03-15 18:05:21
[뉴스토마토 류석기자] 체스와 퀴즈에 이어 바둑에서도 인간이 인공지능에게 무릎을 꿇었다. 이세돌 9단은 알파고(AlphaGo)를 상대로 내리 3연패를 기록한 한 후 지난 13일 첫 승리를 기록해, 2연승이 기대됐었다. 그러나 정교한 알파고의 수읽기에 패배를 선언할 수 밖에 없었다.
 
바둑계는 물론 전세계인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바둑은 경우의 수가 10의 170제곱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컴퓨터의 계산보다는 직관을 가진 인간이 더욱 유리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5국에서 이 9단은 알파고를 상대로 280수만에 패했다. 몇 번의 알파고의 실수가 나왔지만, 시합 막바지 알파고의 정교한 수읽기를 당해내지는 못했다. 이로써 이번 매치에서 알파고가 4승, 이 9단이 1승을 거둬 알파고가 최종 승자로 결정됐다.
 
15일 서울 종루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5국에서 이세돌 9단이 알파고를 상대로 불계패를 기록했다. 사진/구글
 
시합 초반은 팽팽한 흐름이 계속됐다. 이날 흑을 잡은 이 9단은 첫 수로 우상귀 소목을 뒀다. 이 9단은 시합 초반 실리바둑을 통해 알파고를 압박했다. 알파고는 대범한 작전으로 응수하며, 접전을 이어갔다.
 
이 9단과 알파고의 복잡한 수읽기 싸움은 시합 내내 지속됐다. 시합 중반까지는 해설을 맡은 전문가들도 섣불리 누가 우세인지 말할 수 없을 만큼 엎치락뒷치락했다. 중반전에 들어간 이후 우하귀 접전에서 이 9단은 알파고의 몇 차례 실수를 틈타 사십여 집을 확보해 유리한 형세를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이 9단의 유리한 형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지나치게 방어적인 모습을 보이다 알파고에게 역전을 허용했다. 알파고의 추격에 약 여섯 집을 뒤지게 됐다. 시합 중후반부터는 알파고의 우세가 명확해졌다. 현장 해설을 맡은 김성룡 9단은 "한 수라도 더 알파고의 묘수가 나오면 이 9단이 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시합 막바지에 이르자 형세는 다시 백중세를 보였다. 알파고가 지난 4국 때와 같이 실수에 가까운 수가 몇 회 나왔다. 한 집 혹은 반 집 싸움이 계속됐다. 중국 규칙으로 진행된 경기이기 때문에, 흑을 잡은 이 9단이 일곱 집반 이상을 앞서야 이길 수 있는 상황에서, 약 일곱 집 정도를 더 가졌었다. 김 9단은 "이 9단이 약 일곱 집 정도를 앞서고 있는 것 같다"며 "오늘 바둑은 정말 어떻게 될 지 모르겠고, 끝까지 갈 것 같다"고 당시 형세를 설명했다.
 
이날도 시합 막바지 이 9단은 초읽에 들어갔다. 지난 13일 대국에서도 초읽기에서 승리를 거둔 바 있어, 접전 끝 승리가 점쳐졌었다. 이후 알파고도 초읽기에 들어갔으나, 계산이 빠른 알파고의 장점이 적극 발휘돼 이 9단은 간발의 차로 패배를 기록하게 됐다.
 
한편, 이 9단은 지난 1국과 2국, 3국에서도 모두 알파고에게 불계패 한 이후 4국에서는 승리를 거머줬다. 1국에서는 186수 만에 흑 불계패했으며, 2국에서는 알파고의 변칙에 당황해 211수 만에 돌을 거뒀다. 3국에서도 알파고의 완벽한 수읽기에 이 9단은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었다. 4국에서는 알파고의 실수를 이끌어내며 승리를 거둔 바 있다.
 
류석 기자 seokitnow@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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