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16일 새벽 1시 서울 노량진수산시장. 시장은 전날 자정이 가까워지자 새벽 시장 특유의 활기가 일기 시작했다. 전국에서 올라온 화물차에서는 싱싱한 활어와 패류 등 경매물건이 쏟아져 나왔고, 경매에 참여하는 중도매인들과 첫 경매 취재를 위해 나온 취재진들까지 한 데 모이면서 썰렁했던 시장이 불야성을 이뤘다.
경매가 시작되자 경매사의 입이 바빠지는 만큼 중도매인들의 손가락도 분주하게 움직였다. 경매와 낙찰이 반복되면서 현장에 수북하게 쌓여있던 생선박스들도 하나 둘씩 자리를 비웠다.
각 구역별로 활어, 패류 등 경매 물품이 분산돼 있어 여러 곳에서 동시에 경매가 진행됐다. 화물차와 승용차가 함께 사용해 복잡했던 기존 시장에 비해 경매장에 바로 화물차를 대고 물건을 내릴 수 있어 효율성도 한층 높아졌다.
국내 최대 규모이자 80여년의 역사를 지닌 노량진 수산물 도매시장이 16일 오전 1시 첫 경매를 시작으로 현대화시장의 개장을 알렸다. 하지만 기존 상인들과의 갈등으로 40%의 상인들만이 입주를 결정해 반쪽시장이라는 오명을 얻게 됐다. 사진은 16일 오전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 시장에서 열린 첫 경매 모습. 사진/최승근기자
새벽 1시가 넘은 시간에도 경매장 옆에 위치한 활어판매장에서는 활어 수조 등 판매시설 설치에 여념이 없었다. 아침이면 현대화시장이 본격적으로 개장하는 만큼 손님 맞을 준비에 분주한 모습이었다.
국내 최대 규모이자 8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노량진 수산물 도매시장이 16일 첫 경매를 시작으로 현대화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기존 상인들과의 갈등으로 인한 반쪽시장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별다른 문제없이 첫 경매가 마무리 됐다.
총 2241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현대화시장은 대지면적 4만450㎡(1만2236평), 연면적 11만8436㎡(3만5800평)에 지하2층~지상 6층 규모다. 1층에는 경매장(2709평)과 판매점(2614평)이, 2층에는 회센터(식당) 및 부대시설, 편의시설이 조성됐다. 3층과 4층에는 승용차 730대가 동시 주차할 수 있어 기존에 비해 주차공간도 넓어졌다.
활어판매장 상인 A씨는 "여기서(현대화시장)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조금 줄기는 했지만 새로 지은 건물이라 깨끗하고 주차장도 넓어졌다"며 "회센터 등 편의시설이 영업을 시작하면 손님유치를 위해 기존 상인들도 이주를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존 상인들과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활어판매장은 여전히 빈자리도 많았다. 지난 15일까지 현대화시장으로 이전을 결정한 상인은 기존 상인의 40% 정도다. 여전히 절반이 넘는 상인들이 기존 시장에서 장사를 하며 수협 측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전 반대 측 상인들은 "현대화시장의 판매자리가 1.5평으로 현재 시장에 비해 너무 협소하다"며 "구시장을 리모델링 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수협에서는 "구시장과 신시장 모두 전용면적은 1.5평으로 동일하다"며 "구시장의 경우 소비자 통로를 무단으로 점유해 사용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공간이 넓었던 것이고, 이같은 문제에 대해서는 공사 착공 전 양해각서를 통해 상인들도 동의한 사항"이라고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 시장에서 첫 경매가 열린 16일 오전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 시장을 한 상인이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상인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기존에 A급 점포를 가지고 있던 상인들의 경우 다수가 이전을 반대하는 반면 C급 점포 상인들은 이전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현대화시장 이전 시 추첨을 통해 판매점 위치를 배정하는데 기존 A급 점포 소유주들이 이권을 포기하지 못해 갈등이 격하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수협에 따르면 기존 시장 판매점의 연평균 매출은 2억원 정도지만 위치가 좋은 일부 점포는 연간 17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판매점 위치에 따라 매출 차이가 크다.
수협에서는 이전을 거부해 남는 판매점 자리에 대해서는 이전 상인들에게 우선적으로 면적을 확대하는 안과 일반 공모를 통해 새로운 상인을 모집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기존 시장 점유에 대해서는 명도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비롯해 무단점유자에 대한 무단점유사용료를 징구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노량진 현대화 수산시장 공식 개장일인 16일 오전 서울시 동작구 옛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현대화비상대책총연합회 소속 상인들이 현대화 시장 이전에 반대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반면, 중도매인과 회센터 등은 모두 이전을 결정하고, 시설물 설치 등 마무리작업이 한창이었다. 중도매인 150여명은 이날 첫 경매에 앞서 모든 기능을 현대화시장으로 이전했고, 회센터 21곳은 이번 주까지 내부 공사를 마치고 이르면 다음 주부터 영업을 재개할 예정이다.
한편, 노량진 수산시장은 시장 활성화를 위해 다음달 31일까지 입차 후 3시간 동안 무료주차를 실시하고, 5층 옥상공원과 3층 옥외데크, 2층 관람로 등을 활용한 문화공연 및 체험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 한강과 여의도 조망을 활용한 한류스타 공연, 여의도와 연결된 관광투어버스를 운행해 시장을 신한류 관광명소로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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