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기자] CES와 MWC, IFA 등 글로벌 IT
·가전 전시회에서 자동차는 기존 주연들을 내치고 무대 중앙을 장악하는 주인공이 됐다. 구글을 비롯해 내로라하는 글로벌 IT 공룡들이 완성차 업체들과 협업하며 자동차를 스마트로 물들이고 있다. 업종 간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본격 융합시대를 맞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삼성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TV 등 가전에 이어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석권한
삼성전자(005930)를 선두로
삼성전기(009150)와
삼성SDI(006400) 등 IT 관련 계열사들이 전장 사업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지목하고 스마트카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 자동차라면 질색이던 삼성의 기존 모습과는 확연히 대비된다. 전장이란 자동차에 쓰이는 전자장치를 총칭는 말로, 자동차에 장착되는 내비게이션 및 오디오·비디오·인터넷을 결합한 각종 장치를 말한다.
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SDI…자동차 중심으로 '헤쳐모여'
삼성은 그룹 차원에서 전장사업을 주목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의지가 확고하다. 직접 글로벌 완성차 CEO들을 만나며 영업전선에 뛰어든 지도 오래다. 조직개편도 속속 진행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권오현 부회장 아래 박종환 부사장을 팀장으로 둔 전장사업팀을 새로 꾸렸다. 이를 통해 인포테인먼트(인포메이션·엔터테인먼트의 합성어)와 다양한 스마트카 부품 개발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차량용 CMOS 이미지센서(CIS)를 비롯해 차량용 반도체를 개발하는 등 전사적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6'에서는 스마트카 솔루션 ‘삼성 커넥트 오토’를 선보이기도 했다. 삼성 커넥트 오토는 자동차 계기판의 온보드 진단 포트를 통해 연결되는 방식으로, 자동차의 실시간 상황을 운전자에게 알려주며 안전운전을 유도하는 솔루션이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Find My Car’와 연동하면 자동차의 위치를 쉽게 파악할 수 있으며 삼성전자의 보안 솔루션 ‘녹스’를 탑재해 외부로부터의 공격을 탐지하고 해킹 피해로부터 예방한다. 기존 모바일과 카메라 사업을 펼치며 쌓은 경쟁력을 스마트카 솔루션에 접목한 사례다.
삼성전기 모델이 차량용 무선충전 모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기
삼성전기와 삼성SDI도 전장 부품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말 신사업추진팀을 새로 꾸리고 전장 부품을 비롯한 새로운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중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와 차량 후방 카메라에 들어가는 카메라 모듈은 국내외 자동차 제조사에 공급하며 매출에 기여하고 있다. 차량용 무선충전모듈에서는 아직 매출은 내지 못하고 있지만 자동차 제조사에 제품을 선보이며 프로모션 중이다. 이윤태 삼성전기 사장은 지난 11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삼성전기는 카메라모듈·기판·수동부품 기술을 보유한 유일한 회사”라며 “차세대 패키지 모듈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육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SDI는 전기자동차 배터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해 10월 중국 산시성 시안시에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공장을 준공했다. 연간 약 4만대 분량의 전기자동차 배터리를 만들 수 있는 대규모 공장으로, 중국의 성장 가능성을 주목했다. 그러면서 세계 버스시장 1위인 위퉁, 중국시장 트럭 1위인 포톤 등 중국 상용차와 승용차 10개사로부터 배터리 공급 사업을 수주했다. 이로써 삼성SDI는 기존의 울산공장 외에 시안에서도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며 생산속도에 탄력을 받게 됐다. BMW와 폭스바겐 등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 중인 삼성SDI는 2020년까지 총 6억달러를 순차적으로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드웨어 강하지만…소프트웨어 경쟁력 확보 관건
삼성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스마트워치·태블릿PC·카메라 제조 능력, 삼성전기의 MLCC 및 카메라 모듈, 삼성SDI의 전기차용 배터리 등 막강한 하드웨어(HW) 경쟁력을 갖췄다. 하지만 자동차의 각종 하드웨어와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SW) 경쟁력 확보가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하드웨어의 기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결국 소프트웨어 경쟁력이 수반돼야 하기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삼성은 디스플레이와 카메라, 자체 운영체제(타이젠) 등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각 계열사가 보유한 이러한 역량을 한 곳으로 모으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전장사업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경쟁력이 모두 필요하다”며 “삼성은 하드웨어 분야의 강점을 기반으로 전문업체의 인수합병 등을 통해 소프트웨어 경쟁력도 극대화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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