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유령기업으로 대출받은 조폭사기단 적발
부평식구파 등 개입 총 68억원 대출사기 혐의
2016-03-30 14:30:00 2016-03-30 14:30:00
[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조직폭력배를 끼고 유령기업을 인수해 분식회계로 수십억원을 대출받은 일당이 검찰에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이용일)는 조폭 개입 대출사기단, 무자격 세무대리업자, 자격명의를 대여한 현직 세무사 등 4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하는 등 7명을 기소하고, 2명을 기소 중지했다고 30일 밝혔다.
 
검찰은 조폭을 고용한 후 수사기관 제보를 빙자해 이 대출사기단으로부터 금품을 갈취한 폭력사범 1명을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공갈) 혐의로 구속 기소하고, 조직원 1명을 기소 중지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실적이 전혀 없는 기업을 인수한 후 국세청에 과거 3년간 연 매출액이 100억원대인 것처럼 신고하는 방법으로 11개 금융기관으로부터 기업운영자금 명목 등으로 총 68억원을 대출받은 혐의다. 
 
이중 인천 부평식구파가 포함된 일당은 지난해 2월 유령기업 2곳을 인수해 세무사 명의로 3년간 연 매출액 100억원대 허위재무제표를 작성하고, 이를 토대로 12억원의 대출사기, 21억원의 대출사기미수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광주 백운동파가 개입한 일당은 2014년 11월부터 2015년 10월까지 유령기업 2곳을 인수한 후 국세청에 3개년 매출액을 허위로 신고하고, 부가세 등 기한후 납부를 통해 허위재무제표를 완성하는 수법으로 56억원을 대출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서울 수유리파 조직원을 고용한 일당은 부평식구파 사기단을 상대로 수사기관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7500만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우선 이들 사기단은 유령기업을 연 매출 100억원대의 기업으로 가장하기 위해 실체가 없는 회사나 외형상 납입자본금이 많고, 설립한 지 5년부터 10년이 지나는 등 등기부상으로는 건실한 회사를 물색해 인수했다.
 
회사를 설립한 후 국세청 매출신고내역이 없으면 2011년부터 2013년까지의 연 매출액을 사후에 신고하고, 전년도의 부가세 와 법인세 등을 일괄 또는 분납 자진납부하거나 납부계획서만 제출했다. 
 
이러한 방식으로 국세청에 연 매출 100억원부터 170억원까지, 당기순이익 10억원 등으로 가공한 재무상태표와 손익계산서 등을 신고했고, 이때 국세청에 신청해 발급받는 재무제표에는 가공한 실적이 그대로 기재됐다.
 
만일 회사를 설립 후 국세청 매출신고내역이 이미 존재하면 연 매출 100억원대의 재무상태표, 손익계산서를 허위로 작성한 후 세무사 명의의 재무제표확인서를 첨부하는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에는 은행에 국세청 발급 재무제표를 제출하거나 세무사 재무제표확인서가 첨부된 재무제표를 제출해 대출을 받았고, 이자만 납부하거나 대환대출 등 변제기 유예 방법으로 추가 대출할 수 있을 때까지 형식적으로 회사를 운영했다.
 
검찰은 조폭이 유령기업을 인수한 다음 금융기관을 상대로 저지르는 회계분식·대출사기 등을 지속해서 단속하고, 중소기업 대출 관련 신종사기 피해가 확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금융감독원 등 관련 기관에 수사 결과를 통보할 예정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1월 조폭이 유령기업을 인수한 후 회계분식을 통한 가공매출로 수십억원의 대출사기 범행을 저지른다는 제보를 입수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 관계자는 "종래 조폭 기업범죄는 무자료 거래, 매출축소 등 조세회피에 주안점을 뒀지만, 이번 사기 행각은 국세청에 전년도 가공매출액을 자진신고하고, 해당 국세를 기한후 납부하는 방식으로 국세청 발급 재무제표에 가공매출액을 기재하게 하는 신종수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기 방법도 지능화돼 회사운영자금, 시설구매자금 대출을 넘어 신용장 발행대출을 통해 신용장을 개설한 국내 피해은행에 알루미늄 수입대금을 수출자에게 지급하게 한 후 자신들은 수입 알루미늄을 편취하고, 신용장 개설은행에 그 대금을 변제하지 않는 수법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유령회사 현황. 자료/서울중앙지검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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