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기자] 우승만큼 값진 준우승이다. '메이저 퀸' 전인지(하이트진로)가 부상 복귀전이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올 시즌 첫 번째 메이저 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총상금 260만 달러·약 29억 8000만원)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메이저 퀸'으로서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전인지는 4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란초 미라지 미셜힐스 컨트리클럽(파72·6769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2타를 줄이며 최종합계 11언더파 277타로 찰리 헐(잉글랜드)과 함께 준우승을 차지했다. 막판까지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캘러웨이), 아리야 주타누간(태국), 헐과 접전을 벌인 전인지는 16번 홀(파4) 보기를 기록했지만 18번 홀(파5) 버디로 순위를 2위까지 끌어올렸다.
이로써 전인지는 올 시즌 출전한 3개 대회에서 준우승 2번, 3위 1번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우승만 없을 뿐이지 올해 본격적으로 미국 무대에 데뷔하는 '신인'치고 대단한 성적표다. 전인지는 올해 첫 출전이었던 지난 2월 열린 코츠 골프 챔피언십에서 3위를 기록한 뒤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미국 무대에 완벽히 적응했다.
이번 준우승은 지난 2월 2번의 선전 이후 찾아온 부상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성과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전인지는 지난 1일 HSBC 위민스 챔피언십 출전을 위해 도착한 싱가포르 공항의 에스컬레이터에서 장하나(비씨카드) 아버지가 놓친 가방에 허리를 다치며 지난달 열린 3개 대회에 연속 불참하며 회복에 전념했다. 이번 대회는 부상 이후 첫 경기였다.
메이저 대회에 유난히 강한 면모를 이번에 또 보여줬다는 점도 인상 깊다. 전인지는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LPGA,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를 넘나들며 8승을 챙겼는데 무려 5승을 메이저에서 올렸다.
메이저 관련 기록은 또 있다. 지난해 전인지는 초청 선수로 처음 참가한 US여자오픈 정상에 오르며 미국 무대 첫 우승을 메이저에서 장식했다. 이전에 이미 KLPGA와 JLPGA 첫 우승을 메이저에서 이뤘던 전인지는 공교롭게도 한·미·일 첫 우승을 모두 메이저 대회에서 달성하며 '강심장'임을 입증했다.
메이저만 되면 '물 만난 고기'처럼 펄펄 날았던 전인지가 이번에도 명성에 걸맞은 성과를 거뒀다. 올해 아직 우승은 없지만, 변함없는 기량을 뽐낸 만큼 전망은 밝다. 메이저 대회에서 부상 복귀전을 치러 자칫 부담스러울 수 있었지만, 스스로 이겨냈다. 전인지에게 이번 대회 준우승은 앞으로 도약을 위한 '보약'이 됐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전인지가 4일 열린 ANA 인스퍼레이션 4라운드 2번 홀 티샷을 날리고 있다. 사진/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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