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뉴스토마토 김하늬기자]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대외적으로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재정과 통화정책에 신중할 필요가 있고, 정책 여력을 아껴둬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진짜 위기가 닥칠 때 확장여력이 없을 경우 더 큰 위기를 키울 수 있어 신중하게 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15일(현지시간) 이주열 한은총재는 G20 재무장관회의 및 중앙은행총재 회의차 참석한 미국 워싱턴D.C.에서 기자들과 만나 "재정·통화정책을 비교적 조심스럽게 운용하고 있다"며 "대외여건이 불확실할때는 섣불리 움직이는 게 위험할 수도 있어서 신중할 필요가 있고 정책 여력을 홀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금리인하 효과가 고령화, 산업구조 변화, 기업환경 변화 등 여러가지 경제구조가 바뀌면서 과거와 달리 소비나 투자에 미치는 효과가 달라졌다"며 매파(통화긴축 선호)적 입장을 드러냈다.
저금리 하에서는 돈을 빌려서 소비를 더 해야되는데 오히려 저축을 많이 하고 있는 등 이미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바뀌고 있고 행동이 그 전과 전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20년 전과 경제구조와 인구구조 등이 판이하게 바뀐 만큼 효과가 달라질 여지가 커졌다는 것.
이주열 총재는 물가흐름과 관련해 내년에는 중기 물가안정 목표인 2%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작년말 2016~2018년 중기 물가안정목표를 소비자물가 상승률 기준 연 2%로 정한 바 있다.
이 총재는 "IMF도 최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EO)에서 내년 한국 소비자물가가 2.2%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며 "올 상반기까지는 저물가가 이어지고 하반기에 갈수록 저유가에 따른 기저효과가 많이 소멸돼 물가상승률이 올라 내년에는 2%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개월 연속 물가안정목표를 ±0.5%포인트 초과 이탈하면 총재가 직접 간담회를 열고 원인 등을 설명해야 하는 만큼 오는 7월에는 설명회를 열어야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월 0.8%, 2월 1%, 3월 1.0%로 저물가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한편 오는 19일 금융통화위원회와 수정경제전망 발표를 앞두고 있는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하향 조정할 전망이다.
이주열 총재는 "올 1월과 2월의 수출이 특히 안좋았고, 유가가 많이 떨어져 3%성장률을 낮출 요인이 생겼다"며 "일단 1분기 상황이 안좋았기 때문에 당초보다 성장률을 내릴 가능성이 높고, 2분기 이후 흐름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
G20 재무장관회의 및 중앙은행총재 회의차 참석한 이주열 한은 총재가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기사들과 만나 간담회를 가졌다./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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