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주택대출 규제, 정부의 유연한 대처 필요
2016-04-25 08:00:00 2016-04-25 08:00:00
◇박인호 숭실사이버대학교 교수
올 들어 주택 매매거래량이 감소하고, 집값도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그 이면에는 강화된 주택담보대출이 미친 영향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 있다. 특히, 이 같은 진단 배경에는 지방보다 수도권에서 거래 감소폭이 훨씬 컸다는 통계를 들고 있다. 하지만 주택업계는 집단대출규제로 피해가 커지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이런 혼란의 근본적인 원인은 시장 반응이나 의견을 무시한 정부의 급박한 규제 마련이 한 몫하고 있다.
 
우선, 최근 불거지고 있는 집단대출 문제는 정부가 은행권에 자율적으로 집단대출 시행 여부를 조절하도록 하면서 야기됐다. 은행은 대출 이전에 사업 진행의 안정성과 상환 능력 등을 자율적으로 꼼꼼하게 살펴보는 것이다. 그동안은 아파트를 분양 받으면 무조건 대출이 됐는데 그렇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대출을 거절당한 시행자나 건설사는 어쩔 수 없이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제2금융권 등으로 대출은행을 옮길 수 밖에 없게 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분양자에게 이자부담으로 돌아가고 있다. 건설업체 역시 분양에 대한 어려움 가중되고 있다. 최근 주택협회에 따르면 작년 10월부터 올 3월까지 4만7천가구에 대한 대출이 거절됐고, 이는 4조원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여기에 정부가 하도급대금직불제를 통해 시행사가 건설사를 거쳐 하도급업체에게 주던 것을 곧바로 시행사가 하도급업체에게 주도록 하고 있어 건설사들의 일시적이나마 금융비용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의 가계부채 수준은 어느 정도까지 온 것이기에 정부가 이처럼 각종 대출 규제를 옥죄는 것일까. 우선 지난 2015년 말 기준 우리나라 가계부채 규모는 1207조원 수준이다. 가계신용에 대한 부분이 1200조가 넘었다는 얘기다. 작년 3분기만 해도 1165조원 정도였지만 불과 3개월 만에 무려 41조원이 증가했다. 역대 최대 규모로 증가폭이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가계신용대출에서 주택담보대출과 판매신용이 있는데 이중에서 주택담보대출 비중은 482조원에 이른다. 전체로 보면 45% 정도가 주택담보대출인 것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선진국 24개국과 신흥국 17개국에 대해 GDP대비 가계대출 규모를 발표한 자료가 있다. 이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8위를 기록했다. 특히, 신흥국 17개국 가운데서는 우리나라가 1위다. 같은 신흥국으로 있는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폴, 홍콩 등은 70% 안팎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87.2%를 기록하며, 90%에 육박하고 있다. 선진국으로 본다면 스위스, 네덜란드는 100%가 이미 넘어가고, 캐나다와 노르웨이, 덴마크 등은 90%대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지역은 대부분 마이너스 금리가 있을 정도로 저금리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당분간 가계대출 비중이 높은 추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경제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가계대출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일부 선진국의 경우 금리가 낮고, 부동산 가격이 높아지면서 대출규모가 커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기존에는 3억원이면 집을 샀는데 6억원으로 올랐다면 가계대출 규모는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심각한 위기상황에서 정부 정책이 너무 긴급하게 발표된다는 점이다.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급박하게 발표하면서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물론, 부채를 관리하는 입장에서는 집단대출 규제를 두는 것도 합리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너무 빠르게 규제를 위한 방안을 내놓으면서 미처 대안을 만들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 내놓을 대책에 대한 향후 시장흐름을 예측하면서, 이해당사자들의 요구를 듣는 과정도 꼭 필요할 것이다.
 
또한, 부채 상환자들에 대한 혜택 등 규제가 아닌 인센티브를 통한 감축 유도를 시도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가계부채를 줄이려면 부채를 갚는게 가장 좋다. 하지만 일시적으로 소득이 늘지 않기 때문에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만약 부채(원금)를 갚는 사람에 대한 인센티브를 어떻게 적용한다면 자발적인 부채감축이 유도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이것은 된다’, ‘이것은 안된다’는 일방적이고 딱딱한 제시보다는 정책에 대한 부분을 보다 유연성을 가지고 접근해야 잡음이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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