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기자] 1000여명의 현직 변호사와 교수들이 수백명의 사망자와 피해자를 낳은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국회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할 것을 촉구했다. 이른바 '옥시사태'에서 드러난 기업들의 고의적 불법행위에 철퇴를 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을 지지하는 변호사·교수 모임(가칭)은 24일 서울고법 기자실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20대 국회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모임의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김현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자는 지난 4월까지 1528명에 이르고 이 중 239명이 사망했다"며 "옥시사태와 같이 많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기업의 악의적 불법행위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묻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도입을 적극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고하게 죽어간 영유아들과 산모들, 기업이 안전하다고 홍보한 것을 믿고 사용했다가 평생 죄책감을 지고 살아갈 유족들을 위로하려면 이런 사태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김 상임대표는 "현재 시행 중인 징벌적 손해배상 관련 법률은 적용범위가 제한적이라 효과가 미미하다"면서 "식품·약품·세제 등 생활화학용품과 같이 국민의 생명·신체에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는 제조물에 대해 기업에 손해배상을 지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모임은 ▲의원입법 발의 ▲입법 청원 ▲주요 3당 정책위원회에 입법안 전달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개선 발전 연구 활동 ▲소비자 단체와 간담회·공청회 ▲대국민 서명 활동 ▲20대 국회 첫 번째 입법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고의 또는 악의를 가지고 재산·신체상의 피해 등을 입힌 경우 가해자의 비도덕적·반사회적 행위에 대해 일반적 손해배상을 넘어선 책임을 묻는 것이다. 미국·영국·캐나다 등이 채택하고 있는 제도로 미국법원은 통상 손해의 2~4배 사이에서 손해배상액을 정한다.
한편 법원도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으로 국민의 생명·신체에 대한 대규모 위험이 발생하고 국민의 피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인식하고 있다. 오는 7월 적정한 위자료 산정방안 등을 주제로 열리는 전국 민사법관 포럼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등도 폭넓게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생명·신체 침해에 대한 위자료 액수가 일반 국민법감정에 미치지 못해 지나치게 낮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법원 관계자는 "위자료의 불법행위 억제·예방기능 및 가해자에 대한 제재적 기능을 어느 정도 고려할지 여부를 포함해 적정한 위자료 산정에 관한 법관들의 깊이 있는 논의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옥시레킷벤키저(옥시)의 존 리 전 대표가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에 관련한 조사를 받기 위해 지난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검에 출석했다. 옥시는 가장 많은 가습기 사망자와 피해자를 낳았다. 사진/뉴시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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