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성재용기자] 국내 시멘트업체가 최근 잇달아 M&A시장에 나오면서 일대 격변기를 맞고 있다. 주요 7개사가 국내 시멘트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1년 사이 3곳의 주인이 바뀐 데다 조만간
현대시멘트(006390)도 매물로 나올 예정이라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KDB산업은행을 비롯한 현대시멘트 채권단은 이르면 7월 매각자문사를 선정해 보유 지분(약 95%)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그간 현대시멘트 매각 추진은 서울 양재동 복합물류단지인 파이시티 부지 공매가 여러 차례 무산되면서 지연됐다. 현대시멘트가 성우종합건설에 지급보증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금 약 9000억원의 보증채무가 확정되지 않아 경영권 매각의 걸림돌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최근
하림(136480)이 파이시티 부지를 4500억원대에 인수하기로 결정하면서 현대시멘트 매각에도 물꼬가 트였다.
채권단 관계자는 "그동안 파이시티 매각이 지연돼 현대시멘트 M&A가 늦춰져왔다"며 "워크아웃 기업이지만, 거의 경영정상화 궤도에 올라온 상황인데다 보증채무가 확정돼 출자전환하면 M&A를 진행하는데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작년 초 회생절차를 끝낸
동양시멘트(038500)는 같은 해 9월 레미콘업체 삼표에 인수됐으며 업계 1위인
쌍용양회(003410)와 한라시멘트(옛 라파즈한라)의 경우 이들을 사들인 한앤컴퍼니,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PEA) 등 사모펀드(PEF)가 지난달 잔금을 모두 납입함에 따라 인수전이 최종 마무리됐다.
성신양회(004980)의 경우 최근 건설시장 훈풍을 타고 실적이 양호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취약한 재무상태 때문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재무구조개선 약정에 따라 관리 받고 있다.
이처럼 주요 시멘트업체들이 격변기를 보내고 있는 것은 장기화된 건설 경기 침체로 인한 내수 부진과 철강업계 고로 증설, 화력발전소의 발전설비 증설에 따른 대체재(슬래그, 플라이애시) 공급 증가, 제조원가 상승 등의 여파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전자공시시스템 분석 결과 주요 시멘트 7개사의 2008년부터 2013년까지 누적적자가 최소 1조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누적 적자는 2014년 건설경기 호조에 따른 내수 증가와 가격 인상으로 '반짝' 호전됐다가 올 1분기 들어 312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재차 악화됐다.
개별재무제표 기준 한일시멘트의 경우 매출액이 작년에 비해 10% 늘어나면서 성장성은 이어갔지만, 영업이익은 95% 급감했다. 같은 기간 아세아시멘트는 매출액은 6% 증가했지만, 순이익이 적자전환했다. 이들 업체는 모두 드라이모르타르를 제조하는 곳으로, 삼표의 제2공장 준공에 따라 경쟁이 심화됐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처럼 장기화된 불황에 개별 업체들은 계열사 등 자산 매각, 인원 감축, 임금 동결 등 경영난 타개를 위한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진행했다. 그럼에도 주요 7개사 중 4개사의 주인이 바뀐 데다 나머지 업체도 변화가 불가피해 보이면서 업계 일각에서는 지속가능한 산업 발전을 위해 자발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시멘트는 건설시장에서 '쌀'과 같은 존재"라며 "성숙한 시멘트 제조 기술, 장기적인 시장 침체, 신성장동력 부재 등으로 업계 전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고 그에 따라 시장 재편 등 돌파구도 절실한 상황"이라며 "현재 일부 업체의 경우 자발적 구조조정의 자금 여력과 의지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2017년 이후 급격한 시멘트 수요 감소가 예상된다"며 "일본이나 독일처럼 미래를 위한 산업 재편 방향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해외 사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멘트 산업의 체질 개선과 미래 발전을 모색하는 데 필요한 주체를 가늠할 수 있는 선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속적인 경기 침체로 시멘트업계에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사진은 경기 의왕시 소재 시멘트 유통기지. 사진/뉴스토마토 DB
성재용 기자 jay111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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