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 국내 정유·석유화학 업체들이 올 들어 4월까지 수입한 이란산 원유 물량이 지난해 3개 분기를 합한 양과 맞먹는 것으로 집계됐다.
SK이노베이션(096770),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사 외에 한화토탈도 이란산 원유 도입에 가세하면서 도입처 다각화를 통한 원가 경쟁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29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이란의 경제제재가 풀린 올 1월부터 4월까지 도입된 이란산 원유(콘덴세이트 포함)는 총 2996만톤. 이는 지난해 1·2·4분기 합계 3037만톤과 비슷한 수준이다. 한국의 총 원유 수입량 중 이란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4.1%에서 올해 8.4%로 2배 이상 높아졌다. 2월부터 이란산 원유의 도입 단가는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보다 저렴해졌다.
특히 한화토탈은 지난 4월 이란에서 105만4000배럴의 콘덴세이트를 들여왔다. 한화토탈이 이란에서 원유를 들여온 것은 서방의 금수조치가 본격 시작된 2012년 이후 4년 만이다. 한화토탈은 시설 적합성, 경제성 등을 따져본 뒤 지속 도입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2014년 이란 테헤란의 정유공장에서 한 근로자가 자전거를 타고 공장 옆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초경질원유로도 불리는 콘덴세이트는 천연가스에서 나오는 액상탄화수소로, 이를 정제하면 원유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휘발유·나프타 등을 생산할 수 있다. 콘덴세이트 대부분을 카타르에서 들여왔던 업계는 이란으로 도입처를 넓히며 원가 경쟁력을 개선하고 있다.
SK에너지와 SK인천석유화학은 이란산 원유 확대를 일찌감치 시작했다. 지난 4월까지 총 1287만배럴을 들여온 SK인천석화는 콘덴세이트를 기반으로 파라자일렌(PX) 등 고부가 석화제품을 생산한다. 손영주 교보증권 연구원은 "총 원유 수입량 중 이란산 비중이 10%까지 확대되면 SK이노베이션의 연간 영업이익은 1200억원~1800억원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오일뱅크도 오는 8월 완공 예정인 콘덴세이트 스플리터에 쓸 물량을 위해 이란산 확대를 검토 중이다.
롯데케미칼(011170)과의 합작법인 현대케미칼은 현재 대산공장에 하루 13만배럴 정제 가능한 콘덴세이트 공장을 짓고 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이란산 원유는 고도화가 뛰어난 국내 정유사들 설비에 잘 맞고 경제성이 있어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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