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현대중공업이 조선 3사 중 가장 먼저 주채권은행으로부터 자구안을 잠정 승인받아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착수할 수 있게 됐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지난 12일 이같은 내용의 자구안을 주채권은행인 KEB하나은행에 제출해 전날 오후 잠정 승인 확정 통보를 받았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투자 유가증권과 부동산을 매각하는 한편, 인력 구조조정으로 부채비율을 100% 이하로 낮춰 오는 2018년까지 3조5000억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이행할 계획이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지난달 12일에 제출한 자구안이 오늘자로 승인된 것"이라며 "자구안에서 경영개선에 대한 의미있는 부분들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과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23일부터 삼일회계법인을 통해 8주 일정의 경영진단 실사 작업을 진행해 왔다. 이런 와중에 현대중공업은 자구계획을 마련했고, 금융당국과 KEB하나은행이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사작업이 마무리 되지 않았음에도 삼성중공업이나 대우조선해양보다 먼저 잠정 승인 결정을 얻은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이 제출한 자구계획을 살펴보면, 투자 목적으로 보유 중인 유가증권이나 울산 현대백화점 앞 부지와 울산 조선소 기숙사 매각 등 자산 처분 이외에도 태양광, 로봇, 지게차 등 사업 분사 등도 포함됐다. 임금 반납과 연장근로 폐지, 비핵심업무 아웃소싱, 인력 조정 계획도 자구계획 안에 담겨 있다.
현대중공업은 이같은 자구안을 통해 오는 2018년까지 현재 8조5천억원(연결 기준 13조원)가량인 차입금을 2조원 이상 줄여 6조원대로 낮추고, 부채비율도 134%(연결 기준 218%)에서 100% 이하로 감축할 계획이다.
자구계획과 더불어 현대중공업의 재정 상태가 호전되고 있는 점도 고무적으로 평가됐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2014년 9월부터 독자적인 경영개선 작업을 벌여 3조9000억원 상당의 자구계획을 시행한 바 있다. 덕분에 올해 1분기 실적은 연결 기준으로 325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10분기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한편, 이번 현대중공업 자구안 승인을 계기로 조선업 구조조정이 본격화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는 강도높은 구조조정에 돌입했고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채권단 자율협약을 위해 자구책 이행에 사활을 걸고 있다"며 "조선업은 6월 들어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우조선해양 본사 앞에 세계최고의 조선강국을 지탱하는 의미를 담아 설치된 닻이 무겁게 놓여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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