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기자] 한국 여자 골퍼들이 미국에서 주춤한 사이 남자 골퍼들은 유럽과 일본에서 연신 승전고를 울리고 있다. 적어도 올해만큼은 국외 무대를 누비는 한국 골퍼 판세가 뒤바뀌었다.
최나연(SK텔레콤), 최운정(볼빅) 등은 4일(한국시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숍라이트 LPGA 클래식에 출격한다. 왕정훈과 이수민(CJ오쇼핑) 등은 2일 유럽프로골프(EPGA) 투어 노르디아 마스터스에 출전하고 최경주(SK텔레콤), 안병훈(CJ그룹) 등은 4일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모리얼 토너먼트에 나선다.
대회를 맞는 남녀 골퍼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먼저 지난달 노스 텍사스 슛아웃에서 우승한 신지은(한화) 이후 한 달간 우승자를 배출하지 못한 여자 골프는 이번 대회에 칼을 간다. 최근 3연승을 달린 야리야 주타누간(태국)을 비롯해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뉴질랜드) 등이 결장하면서 정상 등극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어부지리'로 우승을 노리는 그림이지만, 현재 한국 여자 선수들은 '찬밥'과 '더운밥'을 따질 때가 아니다.
한국 낭자들은 올 시즌 14개 대회에서 5승을 올렸다. 부진한 성적은 아니나 지난해 LPGA 투어 32개 대회 가운데 절반에 이르는 15승을 따낸 걸 생각할 때 만족스럽지 않은 성적표다. 내용을 자세히 살피면 더 그렇다. 올 시즌 초반 6개 대회에서 김효주(롯데), 장하나(비씨카드), 김세영(미래에셋) 등이 4승을 합작했지만 이후 8개 대회에서 단 1승에 머물렀다. 새롭게 등장한 '태국 박세리' 주타누간의 폭발적인 질주를 막지 못하고 투어 주도권마저 빼앗겼다.
그나마 이보미(노부타그룹), 신지애(스리본드), 김하늘(하이트진로) 등이 올 시즌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12개 대회에서 4승을 기록한 게 위안거리다. 하지만 지난해 무려 7승을 쓸어담으며 그 해 상금왕에 올랐던 이보미처럼 폭발적인 질주를 펼치는 이는 보이지 않는다.
반면, 남자 선수들은 그 어느 때보다 국외 무대에서 선전을 펼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안병훈이 메이저대회인 BMW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관심을 끈 EPGA 무대에서 올 시즌 한국 남자 선수들은 벌써 3승을 챙겼다. 그간 가능성을 인정받았던 왕정훈은 올 시즌 EPGA 2승을 일구며 한국 남자 골프 차세대 주자로 자리매김했고 이수민도 1승을 보탰다. 좋은 분위기의 둘은 나란히 노르디아 마스터스 우승에 도전한다.
무대를 일본프로골프투어(JGTO)로 옮기면 남자 골퍼의 활약은 더 두드러진다. 지난해 JGTO 5승을 챙기며 상금왕에 오른 김경태(신한금융그룹)는 올 시즌엔 6개 대회서 무려 3승을 챙겼다. 우승 확률이 5할에 이른다. 송영한(신한금융그룹)과 조병민도 각각 1승씩을 따내며 든든히 뒤를 받쳤다. 올 시즌 JGTO 7개 대회에서 5승을 합작한 한국 남자 골퍼다.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메달에 대한 기대치도 달라졌다. 애초 한국 낭자들끼리 출전 자체를 놓고 싸우며 금메달 사냥이 유력할 것으로 보였지만 지금 추세라면 메달을 장담하기 힘들다. 반면, 남자 선수들은 여자보다 출전권은 두 장 적지만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큰일'을 낼 만하다. 남자 톱 랭커들이 대거 올림픽에 불참하는 것도 희소식이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왕정훈은 올 시즌 유럽프로골프 투어 2승을 올렸다. 사진은 지난해 9월12일 열린 코오롱 제58회 한국오픈 장면.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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