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토마토 이해곤기자] 정부가 에너지 공기업 기능조정안 최종 발표를 앞두고 고민에 빠져있다. 기능조정 방안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파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9일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개최 예정이던 '공공기관장 워크숍'도 16일로 잠정 연기됐다. 에너지·환경·교육 등 3대 공공기관 기능조정 최종안이 여기서 발표될 계획이었다.
정부는 해외자원 개발로 막대한 부실을 떠안고 있는 한국광물자원공사 등 에너지 공공기관에 대해 본격적인 구조조정 작업에 착수했다. 중복업무 등으로 방만한 공공기관의 기능을 조정하고 민간과 경합해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광물자원공사는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몸집을 줄여 유관기관과 통합하고, 대한석탄공사도 단계적으로 사업을 줄여 폐업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민간으로의 사업 이전, 통폐합 등 여러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석유공사는 해외자원 개발 기능을 함께 묶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같은 방침이 결정된데에는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의 특성상 자원개발의 공적인 성격 유지는 필요하다는 지적이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석유공사가 이라크에서 진행 중인 원유 시추 사업. 사진/한국석유공사
6일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자원개발 사업에서 전면 철수하는 데 신중한 입장이다. 따라서 민간 기업에 사업 일부를 양도하더라도 자원개발 사업이 공공재 성격이 강한 만큼 정부의 관리감독 아래 두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자원개발을 민영화하는 것은 아니지만 민간 이관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며 "하지만 현재 저유가 등 악재가 있는 상황에서 공기업 수준의 개발 역량을 가진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공기업 내부의 반발과 부정적인 여론 등을 무시하고 이관을 강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민간이 주도하고 공공기관이 이를 지원하는 방식이 되고 사업이 민간에 이관 되더라도 사업의 공적 성격을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원개발의 민간 이관은 산업부가 최근 공개한 해외 자원개발 개선 방향 관련 연구 용역 보고서에 제시된 방안 가운데 하나였다.
이외에도 정부는 한전의 원전 수출 독과점 구조도 바꿔 한국수력원자력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한전 자회사의 일부 업무도 민간에 개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부는 사업의 투명성을 높이고 신산업 추진을 위한 자금 확보를 위해 한전의 5개 발전 자회사인 남동, 남부, 서부 발전 등의 상장도 검토하고 있으며, 한국수력원자력 등의 지분의 민간 개방도 아울러 논의 중이다.
세종=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