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뉴스토마토 김하늬기자]'누이 좋고 매부 좋은' 사이가 있다. 제주도 서귀포의 망고농장, 행복나눔영농조합법인과 농림축산식품부 얘기다. 정부는 에너지 절감시설 설치 지원을 통해 농장의 난방비를 대폭 줄이고, 농장은 온실가스를 감축한다.
사연은 이렇다. 망고는 온도가 생명이다. 우리나라가 아열대 기후가 돼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한겨울을 보내기엔 역부족이다. 20도가 넘는 온도를 늘 유지해주기 위해 난방은 필수다. 하지만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난방비는 부담이다.
실제로 1000평기준의 제주도 망고농장을 기준으로 연 매출액은 1억2000만원 수준인데 이중 난방비로 절반인 6000만원이 든다. 여기에 농약과 비료 인건비등을 포함할 경우 순이익은 3000만원에 그친다.
망고는 완숙 후 유통기한이 매우 짧은 만큼 수입산 과일과 비교했을 때 맛 차이가 크다. 수입 망고의 경우 검역 등의 통관 시일을 감안해 덜 익은 상태에서 수확하고 유통해 맛이 덜하다.
반면 제주산 망고의 경우 가장 맛있는 시점에 수확하기 때문에 품질이 월등히 우수해, 가격이 매우 비싼데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끊임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실제로 서울 유명 백화점에서 1kg(망고 2개정도)에 3만원씩 주고 제주 농가에서 망고를 구입하고 싶어 하지만 농가는 '없어서' 팔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처럼 고소득원임에도 불구하고 재배 농가가 부족한 데는 가온재배가 필수인 데 판매 초기 투자비용과 난방을 위한 연료비 부담 때문에 꺼리는 농가가 많기 때문이다.
행복나눔영농조합법인은 정부의 지원으로 버려지던 미활용 온배수를 난방 열원으로 사용해 에너지 사용료를 줄이고 온실가스도 감축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하지만 23일 찾은 제주 서귀포에 위치한 행복나눔영농조합법인의 사정은 다르다. 이 조합법인은 5농가가 애플망고를 재배하고 있는데 정부의 지원으로 버려지던 미활용 온배수를 난방 열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들은 발전소에서 냉각수로 활용하고 버려지는 미활용 온배수를 원예시설의 난방 열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농가에서 100~200m쯤 떨어진 남제주화력발전소 협조를 통해 바다로 버려지는 온수를 이송관을 통해 끌어들여 난방 열원으로 재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이 농장은 시스템가동을 시작한 이후 1000평기준 6000만원이나 들던 난방비를 1000만원으로 대폭 낮췄다. 순이익이 5000만원이나 늘어난 셈이다.
강태욱 조합사무국장은 "이곳 농장 3600평에서 올해 5억원 매출액을 예상하고 있다"며 "난방비를 80% 수준으로 낮춘 만큼 순이익은 3억5000만원 수준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행복나눔조합 시설 하우스 내에 설치된 농업에너지 이용 효율화 시설장비. 사진/뉴스토마토
이 조합은 지난 2011년 총 9억9800만원(정부와 도의 지원 80%, 농가 부담 20%)을 들여 시스템을 구축했다.
시스템 구축으로 농가는 난방비 절감 뿐 아니라 온실가스 감축에 따른 인센티브도 챙기고 있다.
정부가 2012년부터 1톤당 1만원의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는데 3년 동안 5308톤을 감축해 총 5308만원을 받았다.
우리나라는 오는 2020년 배출전망치(BAU) 대비 30%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이행 중으로 농업분야도 현재보다 온실가스 감축 압박이 가중돼 감축노력을 강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농업분야는 다른 산업분야와 달리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개별 농가에 부담시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농가의 자율적인 감축노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에 농가의 자율감축노력을 지원하는 인센티브 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
김정욱 농식품부 창조농식품정책과장은 "행복나눔영농조합법인 처럼 시설농가에 에너지 절감시설을 설치해 농가 초기 부담을 줄여주고, 농가는 기업에 온실가스 감축실적을 제공해 상생할 수 있는 모델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제주=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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