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희기자] 3조원 규모의 에탄분해설비(ECC)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인
롯데케미칼(011170)이 그룹 악재 직격탄으로 최고경영자(CEO) 없이 공사의 첫 삽을 뜨게 됐다. 13일 롯데케미칼에 따르면, 허수영 사장은 오는 14일(현지시간) 열리는 미국 루이지애나주 ECC 플랜트 기공식에 불참한다.
검찰이 롯데그룹 비자금 조성 혐의와 관련해 오너 일가와 주요 계열사 대표 등을 무더기로 출국금지하면서 허 사장은 한국에 발이 묶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전 허 사장을 제외한 프로젝트 관련 롯데케미칼 임직원들만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우즈베키스탄 등 해외에 굵직한 투자를 이어오고 있는 허 사장은 당분간 해외 일정을 소화할 수 없게 됐다. 롯데 관계자는 "허 사장이 매우 아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비자금 의혹 수사의 칼끝에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 총회에 참석 중이다. 향후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이번 롯데케미칼 기공식에 참석한 뒤 이달 말 일본롯데홀딩스 정기 주주총회까지 마친 뒤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 지역에 2조9000억원을 투자해 건설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북미 셰일가스 기반의 저가 에탄을 활용해 연간 100만톤의 에틸렌을 생산하는 미래 먹거리 사업이다. 셰일가스에 포함된 에탄으로 에틸렌을 생산하면 원유 기반의 나프타에서 에틸렌을 만들 때보다 원가가 낮아지기 때문에 유가 상승 국면에서 가격경쟁력을 발휘하게 된다.
롯데케미칼은 나프타분해설비(NCC) 위주의 국내 유화업계 가운데 처음으로 북미 셰일가스를 활용한 ECC 사업에 뛰어들면서 주목을 받았고, 허 사장은 취임 후 2014년 4월 롯데케미칼USA 법인을 설립하는 등 미국을 오가며 사업을 추진해왔다. 예고 없이 맞닥뜨린 검찰 수사에 롯데케미칼은 물론 호텔롯데 상장 등 주요 계열사 사업들이 좌초됐다.
롯데케미칼이 무엇보다 아쉬워하는 것은 액시올 인수 무산이다. 롯데케미칼은 이번 ECC 공장 건설에 10%를 투자한 파트너 액시올을 인수하기 위해 지난 7일(현지시간)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으나, 사흘 뒤 검찰의 대대적인 압수수색과 함께 곧바로 철회했다.
허 사장은 "액시올을 인수하기 위해 추가 제안을 통해 노력했으나 인수 경쟁이 과열된 점과 롯데가 직면한 어려운 국내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더 이상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며 "철회에 아쉬움이 크나 현재 엄중한 상황을 감내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액시올은 롯데케미칼과 인수 경쟁을 벌였던 웨스트레이크 케미칼로 23억3000만달러(한화 2조7000억원)에 넘어갔다. 다만, 롯데케미칼로서는 과도한 재무 부담은 덜게 됐다.
21일(현지시간) 우즈베키스탄 수르길 가스전 화학단지 완공식에 참석한 (왼쪽부터)허수영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소진세 롯데그룹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이승훈 한국가스공사 사장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롯데케미칼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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