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뇌출혈로 쓰러진 현직 부장판사 공무상 재해 인정
이례적으로 판결문에 영장전담·형사재판 담당 판사의 고충도 토로해
2016-06-21 12:00:00 2016-06-21 13:12:32
[뉴스토마토 신지하기자]과로와 스트레스를 겪다 뇌출혈로 쓰러진 현직 부장판사가 공무상 재해를 인정받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김국현)는 뇌출혈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인 전우진 부장판사(42·사법연수원 27기)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공무상 요양불승인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
 
지난 2013년 2월 광주지법에 발령받은 전 부장판사는 형사재판과 영장전담 업무를 병행하느라 야근이 잦았다. 여름휴가도 다녀오지 못한 채 평일 밤 9시 이후까지 근무하던 그는 그해 10월까지 총 247건의 사건을 배당받아 377건을 처리했다. 접수대비 처리율은 137.6%로 같은 기간 전국지법의 처리율 96.5%보다 높았다.
 
전 부장판사는 그해 9월과 10월 정치·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형사 사건 공판을 맡아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특히 10월16일에는 통합진보당 대리투표 사건을 유죄 판결하면서 심리적 부담감이 컸다고 전해진다. 10일 전 서울중앙지법에서는 같은 쟁점에 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2013년 11월 초 연가를 내고 가족들과 1박 2일 여행을 다녀온 전 부장판사는 자택에서 샤워를 하던 중 갑자기 쓰러졌다. 뇌출혈이었다. 이에 공무원연금공단은 '현직 법관으로서 수행해야 할 통상적인 업무정도에 불과할 뿐 과중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전 부장판사의 요양 신청을 거절했다. 결국 행정소송으로 이어졌다.
 
재판부는 “지속적으로 누적된 과로와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해 평소 앓고 있던 고혈압이 급격히 악화돼 뇌출혈이 발생했다”며 공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그러면서 "당시 전 부장판사의 접수대비 처리율은 137.6%로 전국의 형사재판부 평균 처리율 96.5%보다 약 40% 정도 높았다"며 "두 가지 업무를 병행했던 점을 고려하면 그 업무 시간 또한 평균에 비해 훨씬 더 많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여름휴가도 가지 못하고 계속 업무를 하면서 2013년 9월 내지 10월 중요 사건들을 상당수 처리했고 휴가 전날에도 영장재청구 사건을 처리했다"며 "이틀 동안 업무를 하지 않았더라도 그 시간 정도로 누적된 업무상 스트레스가 모두 해소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판결문에 이례적으로 영장전담과 형사재판 담당 판사의 고충을 드러내기도 했다.
 
재판부는 "영장전담 업무는 당일 내 인신구속 여부 등을 판단해야 해 집중력을 필요로 하고 영장이 청구된 피의자에게 미칠 영향이 커 그 결정에 심리적 압박감을 받는다"고 밝혔다.
 
또 "형사재판 또한 피고인의 구속, 처벌 여부 및 양형 등 피고인의 가장 기본적인 신체의 자유 등에 직접적인 제한을 가하는 결정이기에 업무 스트레스가 크다"고 했다.
 
이어 "영장 업무나 형사 판결 모두 이후에도 본인의 판단이 혹 잘못돼 피고인이 억울하게 인신의 자유 등을 제한받는 것이 아닐까 하는 마음의 부담이 계속된다"고 덧붙였다.
 
서울행정법원. 사진 / 뉴스토마토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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