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국내 대형 출판사인 문학동네가 도서공급률을 인상을 발표하자 서점가에서 거센 반발이 일어나고 있다.
문학동네는 지난 9일 공식 SNS와 온라인카페 등을 통해 기존 60%인 단행본 공급률을 63%로 인상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도매 유통사와 중소형 소매 서점에 보냈다고 밝혔다.
공급률은 출판사가 책을 서점에 넘기는 가격을 정가로 나눈 비율이다. 정가가 1만원인 문학동네 책이라면 공급률 인상 전에는 서점이 6000원에 사왔지만 앞으로는 6300원에 사와야 한다.
당초 문학동네는 5% 인상안을 제시했다 협의가 이뤄지지 않자 3% 인상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학술서적의 공급률은 75%에서 73%로, 인문서는 팔다 남은 책을 반품하는 매절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70%에서 68%로 내렸다.
문학동네는 이번 공급률 인상의 주 목표는 온라인서점과 대형서점의 공급률 인상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온라인서점의 공급률이 도매서점보다 높은데 그 격차가 더 벌어지면 온라인서점이 출판사와 거래를 포기하고 도매서점에서 책을 가져다 팔 것이라는 주장이다.
문학동네는 "도매 유통사의 공급률을 인상하지 않고는 온라인서점의 공급률 인상이 불가능하다"며 "3% 인상으로 동네서점에 피해가 가고 서점운영이 어렵다면 우리에게 직접 주문해달라는 제안도 했다"고 설명했다. 동네서점이 도매상을 통하지 않고 문학동네에 직접 주문할 경우 도매 공급률(63%)에 5%를 더해 68%에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는 도서정가제로 인한 이익이 서점에만 돌아갔다는 인식도 깔려있다.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할인폭은 최대 15%로 제한됐는데 출판사의 공급률은 오르지 않아 서점의 마진만 커졌다는 것이다.
자료사진/뉴스1
이에 대해 서점업계는 온라인 서점의 공급률을 올리기 위해 오프라인 서점의 희생을 강요하는 문학동네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도매 공급률이 63%라면 서점은 다시 10% 안팎의 마진을 붙여 책을 공급받게 된다. 결국 공급률이 73% 수준으로 오르게 되는 것인데 10% 할인과 5% 적립을 제외하면 임대료와 전기세, 수도세, 인건비 등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 메이저 출판사가 공급률 인상의 물꼬를 트면서 다른 출판사들까지 연쇄적으로 공급률을 올릴 것이라는 우려도 큰 상황이다.
대한서점조합연합회 관계자는 "오프라인 지역서점은 그동안 온라인 서점보다 (공급률을) 비싸게 받아왔다"며 "온라인 서점 때문에 기존 서점의 공급률을 높게 받겠다는 건 전국에 있는 서점은 아예 문을 닫으라는 소리"라고 말했다.
한편 현재 서련은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대응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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