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농협중앙회장 선거 과정에서의 부정 의혹을 조사해 온 검찰이 11일 김병원(63) 회장을 재판에 넘기면서 약 6개월간의 수사를 마무리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이성규)는 지난달 22일 최덕규(66) 합천가야농협조합장 등을 구속 기소한 것에 이어 이날 김 회장 등 10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등 이번 수사 결과 총 14명을 위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회장과 최 조합장 등은 후보자 간 사전 연대 합의에 따라 지난 1월12일 진행된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당일 선거운동, 후보자 외 선거운동 등 불법 선거운동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지난해 12월 이들은 결선 투표에서 서로 밀어주기로 합의하고, 선거 당일 대포폰을 이용해 결선 투표 직전 대의원 107명에게 '김병원을 찍어 달라, 최덕규 올림'이란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1차 투표에서 최덕규 후보자를 지지한 74표는 대부분 결선에서 김병원 후보자를 투표한 것으로 추정되며, 그 결과 1차에서 91표를 얻어 2위였던 김 후보자는 결선에서 163표를 얻어 1차에서 104표로 1위였던 이성희 후보자를 제치고 당선됐다.
김 회장 측 관계자들은 지난해 12월 일간지에 김 회장의 기고문이 게재되도록 하고, 기고문이 맨 위로 오도록 신문을 접어 대의원 등에게 우편으로 발송하거나 기고문 내용을 문자메시지로 전송한 혐의다.
이들은 수시로 모여 선거 대책을 논의하는 등 김 회장을 위한 선거운동을 했으며, 문자 전송 사이트에서 문자 전송 시 수사기관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휴대전화 번호를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김 회장은 선거를 6개월 앞둔 지난해 6월부터 전국 대의원 100여명을 직접 접촉해 지지를 호소했고, 이 과정에서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와 함께 외국인 명의의 대포폰도 사용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최 조합장 측 관계자들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농협중앙회 이사 등을 통해 경남 지역 조합장들을 동원한 후 대의원들과 접촉해 최 조합장에 대한 지지를 호소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인터넷 언론사 대표 김모(63)씨는 김 회장의 부탁에 따라 지난해 12월 실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 114명 중 26.3%로 1위'인데도 '응답자 114명 중 41.7%로 1위'라고 기사를 작성해 보도하는 등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번 수사 과정에서 검찰은 김 회장과 최 조합장 사이에 당선을 위한 금품 거래는 없었던 것으로 결론 냈으며, 이들의 혐의에 대한 공소시효가 오는 12일로 종료되는 만큼 더는 수사하지 않을 방침이다.
나주남평농협 13대~15대 조합장을 지낸 김 회장은 민선 이후 호남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농협중앙회장 자리에 올랐지만, 앞으로 열리는 재판에서 벌금 100만원 이상 선고를 받으면 회장직을 박탈당한다.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는 최 조합장이 김 회장을 지지하는 행위 등 불법 선거운동 의혹이 있다며 선거 다음날인 1월13일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검찰은 사건 배당 후 6회에 걸친 압수수색과 200여명에 대한 소환 조사를 진행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착수 직후 당선인실을 중심으로 휴대전화, 컴퓨터 등을 교체·폐기하는 등 수사 방해가 있었다"며 "통화내역 분석, 압수수색, 이메일과 계좌 추적 등을 통해 확보된 자료로 범행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김병원 농협 회장은 1일 오전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대강당에서 열린 농협 창립 제55주년 기념식 및 범농협 비전 선포식에 참석하여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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