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농협중앙회장 선거 과정에서의 부정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30일 김병원(63) 회장을 소환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이성규)는 이날 위탁선거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한 피의자 신분으로 김 회장을 조사하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 1월12일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최덕규(66) 합천가야농협조합장과 공모해 지지를 호소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불법으로 선거운동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오전 9시57분쯤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자리에서 김 회장은 결선 직전 문자 메시지 발송에 관여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있는 그대로 검찰에서 조사를 잘 받고 나오겠다"고 말했다.
최 조합장과 결선 투표 전에 어떤 거래가 있었는지, 1차 투표에서 2위로 득표한 이후 결선에서 당선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등에 대한 질문에도 같은 대답을 한 후 조사실로 향했다.
나주남평농협 13대~15대 조합장을 지낸 김 회장은 결선 투표에서 총 290표 중 163표를 얻어 민선 이후 호남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농협중앙회장 자리에 올랐다.
앞서 검찰은 지난 17일 김 회장의 사무실과 주거지 등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진행했으며, 이들 장소에서 불법 선거운동에 관한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기호 2번으로 출마한 1차 투표에서 총 6명의 후보 중 3위를 차지해 결선에는 오르지 못하고, 결선 투표 직전 김 회장을 지지한 최 조합장을 22일 위탁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최 조합장은 당시 자신에게 우호적인 대의원 107명에게 3회에 걸쳐 김 회장을 지지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발송하고, 투표장 안을 돌면서 김 회장의 지지를 호소한 혐의다.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전국 대의원 조합장을 상대로 사전 선거운동한 혐의와 그해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농협중앙회 임직원 지위를 이용해 전국 대의원 명부를 입수한 후 선거운동한 혐의도 받고 있다.
또 검찰은 최 조합장과 공모한 것으로 조사된 전 농협부산경남유통 대표 이모(61)씨를 이달 16일, 최 조합장의 측근 김모(57)씨를 지난달 25일 위탁선거법 위반 혐의로 각각 구속 기소했다.
최 조합장 등과 같은 혐의를 받고 있으나, 법원으로부터 구속영장이 기각된 오모(54) 청학농협조합장과 최모(55) 농협대학교 교수도 보강 조사 후 재판에 넘길 방침이다.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는 최 조합장이 김 회장을 지지하는 행위 등 불법 선거운동 의혹이 있다며 선거 다음날인 1월13일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고, 서울중앙지검은 18일 사건을 배당해 수사에 착수했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이 '농협 부정선거 의혹' 사건으로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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